[기자수첩]부동산 시장 과열 한은도 책임 있다

by김경은 기자
2020.08.18 06:00:00

사진=연합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무주택자였던 기자는 얼마전 집을 사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려 다녔다. 기자가 집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까지 떨어진 만큼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놓으면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집을 계약하려고 은행 대출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대출금리가 낮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1.25%였던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높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가 내렸음에도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인 5년 이상 장기 은행채 금리가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때 적용하는 기준금리는 하루짜리 콜금리로 초단기금리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콜금리가 낮아지고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해 금리가 하락한다.



그러나 한은의 금리인하가 단기물에만 주로 영향을 미치면서 신용대출 금리(신용등급 1~2등급 기준)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가 정책효과는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기자를 비롯한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데 일조했다. 6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였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고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신용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대거 구매한 탓이다.

한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한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의 적극적 대처에 힘입어 자금시장 불안은 빠르게 진화됐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위협할 악재인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안은 더 커졌다.

한은 내에서도 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정의 한은 포항본부장은 한은 내부 게시판에 “기준금리 위주의 정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식 양적완화(QE)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하루도 안돼 삭제됐지만 보수적인 한은 조직 내부에서 터져 나온 비판이 주는 메시지의 무게는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