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진화, 어디까지]④갈길 먼 韓 PB

by민재용 기자
2014.07.04 08:12:11

코스트코 '커클랜드' 같은 충성 브랜드 구축 요원
영국 테스코, 매출 절반이 PB..한국은 아직 20% 수준
독일 식품마트 알디는 90%가 PB.."알디산다" 신조어도

영국 테스코 왓포드 점포에서 고객들이 프리미엄 PB 라인 ‘파이니스트’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테스코는 PB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에 육박한다.(사진제공=홈플러스)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와인 마니아인 직장인 김현아(33)씨는 지난해부터 매주 코스트코에 들러 와인을 산다. 김 씨는 그동안 백화점과 주류 수입 매장에서 비싼 고급 와인을 주로 사 마셨지만, 우연히 코스트코의 자체 브랜드(PB) 와인을 맛본 후 코스트코 와인만 내내 사마신다.

김씨는 “가격은 2만~3만원대로 저렴하지만 맛은 십만원대 고가 와인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와인 맛에 반한 뒤 다른 코스트코 PB제품에 대한 신뢰감도 높아져 이후 휴지, 생수 등 다양한 코스트코의 PB제품도 구입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방문 고객 중 상당수는 김씨처럼 커클랜드 제품을 사기 위해 코스트코에 간다. 커클랜드 제품을 사러 갔다가 다른 제품을 덩달아 사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팀 로즈 코스트코 부사장은 “방대한 물량과 최고 품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커클랜드의 노력은 코스트코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커클랜드’의 브랜드 가치는 약 7조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형마트가 보유한 PB 브랜드 가치 중 최고 수준이다. 코스트코의 브랜드 가치는 10조 5000억원으로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다. 코스트코가 ‘커클랜드’를 일반 브랜드(NB)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세계적 브랜드로 키운 것이다.



코스트코는 최근 ‘커클랜드-스타벅스 커피’, ‘커클랜드-마사스튜어트 와인’처럼 제조업체와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는 전략으로 프리미엄 PB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의 경우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PB 매출이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PB를 확보하고 있다. 테스코가 판매하는 총 4만8000여개의 상품 중에서 3만가지가 PB 상품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의 PB 제품 비중은 아직 20%대다.

테스코는 같은 PB제품이더라도 가격이 30~60% 싼 ‘밸류’부터 시작해 대중적인 PB제품인 ‘테스코’, 값이 다소 비싸지만 최고 품질의 ‘파이니스트’ 등 다양한 PB 라인을 갖추고 있다.

주로 식품을 판매하는 독일계 대형마트 알디(Aldi)는 제품의 90% 이상이 PB제품을 갖추며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럽 사람들은 신선 식품 등 먹거리를 사는 행위를 `알디를 산다`라는 말로 대신 쓸 정도로, 알디 PB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다.

국내 대형마트의 PB 제품를 빠르게 키우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질적인 측면에선 코스트코와 격차가 크고, 규모에서도 영국 테스코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당연히 국내 대형마트의 PB제품을 사러 일부러 매장을 찾는 고객도 많지 않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영업규제 영향으로 신규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PB제품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질좋은 PB제품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인 만큼 향후 품질이 좋은 PB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