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겠다던 공공기관 '방탄천장'…4곳중 1곳 女임원 '0명'

by최훈길 기자
2019.04.26 07:42:00

[공공기관 경영평가 리포트]②여성인재 육성
360곳 공공기관 전수조사, 87개 기관 女임원 0명
목표치 미달 공공기관에 경영평가서 페널티 부과
"정책적 노력, 유리천장 깨려는 대통령 의지보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4월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미래, 성 평등이 답이다’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성평등 서약서를 살펴보고 있다. 국정과제에는 ‘공공부문(관리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관리자, 군·경찰 등) 여성 진출 대폭 확대’ 내용이 포함돼 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조해영 김소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분야 여성진출 확대를 약속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을 전체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공공기관 4곳 중 1곳은 여성 임원을 한 명도 임명하지 않는 등 정부 정책에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임원으로 선임할 만한 재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발탁 승진 등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기관장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가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 360곳(부속기관 포함)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공공기관이 87곳(24%)에 달했다. 기타 공공기관 74곳, 공기업 7곳, 준정부기관 6곳이다. 최근 공시된 임원 현황을 토대로 ‘기관장·이사(상임+비상임)·감사’ 현원 중에서 여성 임원 수를 조사한 결과다.

연 매출이 수조원에 달하고 상임·비상임 임원이 많게는 10여명이 넘는 대형 공기업 중에서도 여성 임원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강원랜드(035250),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기술, 에스알, 인천항만공사(작년 수입액 규모순) 등 7곳이다.

주무부처별로는 한국나노기술원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 29곳에 여성 임원이 없었다.

이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국무조정실 산하기관 15곳,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11곳,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등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6곳, 코레일로지스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5곳, 산업은행 등 금융위원회 산하기관 4곳이 ‘여성 임원 0명’을 기록했다.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공공기관들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여성관련 정책을 맡고 있는 부처 산하기관들이 많았다. 업무 특성과 함께 여성인력 육성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로 풀이된다.

여가부 산하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여성임원 비율이 71.4%나 됐다. 이밖에 전체 임원 수 10명이 넘는 기관 중 여성임원이 절반 이상인 기관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53.3%),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50%), 영화진흥위원회(50%) 등 10곳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여성 임원 비율이 목표치에 미달한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평가 등에서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여성 임원(기관장+이사+감사) 비율 목표치는 13.4%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유리천장 해소가 필요하다”며 “2022년까지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을 2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임원 비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며 “페널티,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대통령이 유리천장을 깨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정부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20.5%) 수준까지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을, 임원은 기관장, 상임·비상임 이사, 감사를 각각 더한 것이다. 단위=%.[출처=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임원 수가 10명 이상인 214개 공공기관 중 67개가 지난해 여성 임원 목표 비율(13.4%)을 미달했다. 이 중 여성 임원이 없거나 1명에 불과한 곳은 56곳에 달했다. 임원 수는 공시된 기관장, 상임·비상임 이사, 감사를 모두 더한 것이다.[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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