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K자형 양극화 불가피…고용충격 '디지털'로 흡수해야"

by원다연 기자
2020.09.21 06:00:00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활인구 25% 자영업자 상당수 일자리회복 어려울것"
"소득지원→비대면 일자리 전환 지원 방안 옮겨가야"
"돈은 수익있는 곳으로 움직여…뉴딜펀드 구성 중요"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코로나19가 진정돼도 경기 회복은 ‘K자형’으로 나타나며 양극화 심화라는 상흔을 남길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고용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이 내려가던 추세에서 코로나19 충격이 덮친 탓에 감염병 사태 진정 이후에도 ‘V자형’ 경기 반등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위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시경제 전문가로, 지난 2015년 한국은행에서 외부인사로서는 사상 처음 핵심 요직인 조사국장을 지냈다. 올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18년 2.9%로 내려선 뒤 2019년 2.7%, 2020년 2.5%로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팔랐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이 더해진 만큼 이후에도 상당 기간의 경기 부진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장 연구위원은 특히 자영업자가 경제활동인구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경제구조에서 이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제자리로 되돌아가지 못하면서 경기 회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

장 위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바이오·디지털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엄청난 스톡옵션을 취하는가 하면,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는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돼 향후 소비 수요가 살아난다고 해도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11.2%가 감소하며 136만3000명까지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적다.

장 위원은 당장 소득지원 방식의 재정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점차 이들이 다시 고용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의 재정지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위기에서는 조선업이 망하면 해당 인력들이 자동차 제조업으로 옮겨가는 등의 고용전환이 가능했지만, 대면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소득지원 방식이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재정선순환을 기대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일자리 충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디지털서비스 쪽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아울러 현재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조에 견줄 만큼 위험수위라고 진단했다. 현재 자산시장 과열이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빚을 진 채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으며 수익이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자연스레 흘러가게 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장 위원은 “뉴딜펀드의 경우 막연한 개념만 제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사업 등 세부내용은 나와있지 않다. 앞으로 미래 전망이 있고,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괜찮겠다 싶으면 당연히 민간이 중장기 자금 투자에 나설 것”이라면서 “맥쿼리인프라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에 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보장받고 있는 것처럼, 한국판 뉴딜펀드도 수익성 있고 좋은 사업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