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美고등훈련기 수주 고배…KAI, 주가·신용도 어쩌나

by이명철 기자
2018.09.29 08:49:00

실망감에 하한가 근접…수주경쟁력 저하 우려
신규 사업 수주는 신용도 주요 모니터링 요인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가 숙원 산업이던 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수주에서 고배를 마셨다. KAI가 해당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낙관하던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에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2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공군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APT 교체 입찰 결과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이번 입찰에서는 보잉·사브 컨소시엄과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공동 개발한 T-50의 개량 모델 T-50A을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보잉의 N-381에 밀려 탈락했다.



계약금액은 당초 예상 수준인 최대 190억달러(약 21조1000억원)를 크게 밑도는 92억달러(약 10조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100여대 이상 생산경험을 보유한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이 신규 훈련기를 개발한 보잉보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보잉 입찰가격이 더 낮았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입찰 수주 가능성이 높았기에 컨소시엄에 참여한 KAI 주가는 그간 강세를 나타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이달 27일까지 42%나 올랐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입찰 결과 소식에 28일 회사 주가는 가격제한폭에 가까운 29.8%의 낙폭을 나타냈다. 두달여간 상승폭의 3분의 2 이상을 하룻새 반납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실패로 향후 KAI의 수주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선정한 훈련기의 매력도가 배가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훈련기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사업의 큰 축인 훈련기 사업의 시장 전망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AA-’인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미 신용평가 3사 중 두곳은 영업수익성 저하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 등 이유로 KAI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상태다. 미국 APT 사업 자체 기대감이 현재 신용등급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차입부담 확대를 상쇄할 만한 추가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다. NICE신용평가의 경우 APT 등 신규 사업 수주 여부를 향후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