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메모리]②'최첨단 EUV기술 전면에'…삼성·SK, 반도체 초격차 확대

by신민준 기자
2021.01.15 05:00:00

삼성·SK, DDR5 등 차세대D램에 EUV기술 적용
삼성 '퀀텀TFT'·SK 'RTC'신설…차세대메모리 연구·개발 박차
친환경 전략 꺼낸 삼성…메모리제품에 英친환경 인증 획득
인텔 낸드 인수한 SK, 양사 장점 활용해 시너지효과 극대화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메모리반도체 수퍼사이클 도래가 점쳐지는 만큼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 등을 적용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를 앞세워 초격차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에 맞춰 제품 친환경화 등을 통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1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려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을 계획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삼성·SK, 글로벌 D램시장 점유율 69%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삼성전자의 세계 D램(컴퓨터에서 정보나 명령을 판독·기록할 수 있는 기억장치) 시장 점유율은 41.3%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 28.2%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시장의 69.2%를 차지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각종 정보처리 기기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3.1%로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1.3%로 4위를 나타냈지만 인텔(시장점유율 7.9%) 낸드사업부 인수가 마무리되면19.2%로 일본의 키옥시아(21.4%)에 이어 3위로 올라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과 공격적인 전략으로 강자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바로 EUV 노광 기술이다. EUV 노광 기술은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으로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하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통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을 기반으로 한 제품에 필요한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3월 1세대 10나노급 DDR4(D램)에 EUV기술 공정을 시범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D램인 DDR5와 모바일용 LPDDR5부터 EUV 기술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차세대 D램은 평택 2라인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EUV의 경우 장비 가격이 비싸서 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주로 기술을 적용했다”면서도 “하지만 점차 D램도 고성능·초소형을 요구받으면서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EUV기술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서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경기도 이천공장에 EUV장비를 도입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이후 양산할 4세대 10나노급 DDR5부터 EUV노광 기술을 적용하되 생산효율 등을 검토한 뒤 점차 활용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SK, 슈퍼사이클 힘입어 시장 지배력 넓힐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정배 메모리반도체사업 부문 수장에 이정배 사장을 앉혔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상품시획·품질보증·개발 등을 담당했던 메모리반도체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또 업계 최초로 메모리제조센터 산하에 퀀텀 테스크포스팀(TFT)도 꾸렸다. 퀀텀TFT는 EUV장비를 활용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과 공정관리 등을 전담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연구개발(R&D) 조직인 혁신기술센터(RTC)를 설립했다. RTC는 D램을 낸드플래시처럼 수직으로 쌓아올려 용량과 속도를 모두 개선한 3D램 등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연구개발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은 그만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 등과 관련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라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는 필수”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전략 카드도 꺼내들었다. RE(재생에너지) 100 등 글로벌 국가들의 친환경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D램과 SSD 등 메모리반도체 모든 제품군에 대해 영국 정부가 2001년 설립한 친환경제품인증 비영리기관 카본트러스트로부터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5년내 낸드 부분 매출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하트랩 플래시(CTF, 절연체에 전하 저장) 방식의 모바일 낸드, 인텔은 플로팅게이트(FG, 폴리실리콘에 전하 저장) 방식의 서버용 제품에 강점이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슈퍼사이클 도래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각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시장의 지배력을 한층 더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