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서비스세는 ‘발등의 불’…20~30개국 강행 우려”

by최훈길 기자
2020.10.29 05:00: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②
이경근 OECD BIAC 위원 “디지털서비세도 대비해야”
“디지털세 합의 늦으면 디지털서비스세 개별 부과”
“내년 1월 프랑스·미국 재격돌, 韓 기업 불똥 우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경근(사진·61) 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산업자문위원회(OECD BIAC) 위원은 “디지털세 도입 전에 20~30개국이 디지털서비스세를 일방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경근 OECD BIAC(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산업자문위원회) 위원. △1959년생 △전북 전주 △전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 국제조세과장, 법인세제과장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정위원회 사무국 행정관 △전 조세심판원 과장 △전 유엔 조세전문가 위원회 부의장 △한국국제조세협회 전 이사장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한국조정위원 △인천대 비전임 초빙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겸임교수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경근 위원은 지난 20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내년에 최종안 타결이 힘들 것으로 보여 ‘더이상 못참겠다’며 디지털서비스세 형식으로 일방적인 과세를 하려는 국가들이 있을 것”이라며 “각국별로 일방적인 과세에 나서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 부담이 늘어 불똥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세는 IT, 제조업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무형 자산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과세하는 방식이다. 일명 구글세로 불린다. 무형 자산의 대상·범위, 과세 방식·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장기적 디지털세’ 성격을 띠고 있다. 반면 디지털서비스세는 전 세계적 디지털세 단일안이 나오기 전에 시행 움직임이 있는 ‘단기적 디지털세’다.

앞서 137개국이 참여한 ‘OECD/주요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 회의체는 지난 12일 디지털세 최종안 합의 시점을 올해 말에서 내년 중반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세 장기대책인 필라 1·2 청사진(pillar 1·2 blueprint)이 이날 공개됐지만 큰 방향의 골격만 합의했을뿐 핵심 내용은 빠졌다. 미국과 유럽 간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논의된 장기대책 곳곳에도 불확실한 부분이 상당하다. 디지털세 장기대책에 따르면 어느 기업에 언제부터 얼마나 과세할지 등 과세 방식·범위·규모·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적용·제외업종, 매출 기준금액, 이익률, 실효세율 계산 범위 등 쟁점도 산적하다. 세부 논의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LG전자(066570), 네이버(035420) 등 우리나라 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특히 내년 1월에 미국과 프랑스가 디지털세 합의를 기다리지 못하고 디지털서비세로 재격돌할 우려가 크다. 올해초 프랑스가 자국만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려고 하자 미국은 와인세 등으로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양국 합의로 프랑스는 디지털서비스세를 올해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지만 내년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

이 위원은 “해외에서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면 우리 기업들이 이중과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디지털세·디지털서비스세 전담과를 만들고 협상에 나설 국제조세 전문가를 키우는 등 선제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기획재정부, OECD]
지난 14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승인된 디지털세 장기대책(필라 1·2 blueprint). [출처=기획재정부, OECD,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