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p' 역대급 영장청구서 앞세운 檢…발부 자신감
by조용석 기자
2017.03.30 05:00:00
공범 대거 구속…‘주범’ 朴 불구속 어려워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가능성도 배제 못해
공소장 수준 122쪽 영장으로 ‘배수진’ 친 檢
“檢, 구속 120% 확신 있어 청구했을 것”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뇌물수수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 =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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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과 범행에 연루된 이들이 대부분 구속된 점을 감안할 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공범인 최순실(61)씨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그리고 지시를 이행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모두 구속 수감 중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이들의 범행을 맨 위에서 주도한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영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러 사람이 연루된 조직범죄에서 지시를 따른 이는 구속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시한 이는 무조건 구속”이라며 “대부분 혐의를 주도 또는 지시한 박 전 대통령이 구속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분산돼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의 혐의에 모두 걸쳐있다. 각각의 혐의로 구속된 이들보다 범죄가 훨씬 무겁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하나인 특가법상 뇌물죄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무거운 죄로 구속사유인 ‘사안의 중대성’에도 부합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보다 범죄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 부회장과 안 전 수석 등도 모두 구속됐다”며 “이들보다 혐의가 훨씬 무거운 박 전 대통령은 구속 가능성도 훨씬 높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가능성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사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통해서 공범관계인 이들과 말을 맞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술인데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라면 공범 관계인 이들과 말맞추기 등을 하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미 청와대를 나온 상태고 검찰 수사도 상당부분 진행돼 문서 증거를 파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김수남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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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는 92쪽(별지포함 122쪽)에 달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 검찰이 제출한 영장청구서는 표지를 더해도 5쪽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공소장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92쪽짜리 구속영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기 위해 단단히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때는 100%를 넘어 120% 확신이 있으니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1기 특수본의 수사내용을 모두 받아들여 영장을 청구한 것도 구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박 전 대통령 영장에는 뇌물죄, 직권남용, 강요 등 13개 혐의가 모두 담겼다. 논란이 됐던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성격도 검찰의 결론인 직권남용·강요와 특검팀의 결론인 뇌물죄가 함께 적용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은 모든 혐의를 하나씩 따지지만 구속은 여러 혐의 중 한 가지 혐의만 뚜렷하게 소명된다면 가능하다”며 “검찰이 특검과 1기 특수본이 수사한 내용을 모두 집어넣은 것도 구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가장 무거운 혐의인 뇌물죄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을 경우 구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수수한 돈은 없기에 최씨와의 관계 증명이 중요할 것”이라며 “법원이 둘의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