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등급논란에도 인건비 묶어두고 배당잔치만

by박수익 기자
2015.04.02 07:00:0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034950)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76%. 98억원의 순이익(개별기준) 중 75억원을 배당에 썼다. 주요상장사 평균(약 14.2%)을 크게 웃도는 한기평의 배당성향은 가히 주주들 입장에서 고배당주로 불릴 만 하다. 하지만 고배당의 수혜는 지분 73.5%를 가진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에 집중된다.

또다른 글로벌 신평사 무디스가 지분 50%+1주를 가지고 있는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79억원을 벌어서 71억원을 배당에 사용했다. 배당성향이 90%다. NICE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NICE신용평가 역시 지난해 순이익 53억원 중 84%인 45억원을 배당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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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에게 지난 한해는 이른바 ‘등급쇼핑’ 논란으로 유난히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이들의 대주주는 예년과 다름없이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간 것이다.



신평사 고배당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3년에도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90%를 웃도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연결 실적 기준으로는 65%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별 기준으로 따져보면 70~90%에 달해 배당경쟁에서 다른 두 회사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평사 임직원들이 중징계를 받는 등 업계에 한차례 폭풍이 몰아치는 과정에서도 배당정책 만큼은 꿈쩍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배당이 기본적으로 주주정책이라 해도 최근 등급쇼핑 논란으로 떨어진 신뢰도 회복을 위한 역량강화보다는 여전히 대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에 더 치중해있고, 이러한 현실이 영업압박과 등급적정성 논란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영역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우수 인력 추가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수년간 배당성향이 지속적으로 높아왔다는 것은 신평사들이 인력구조를 최대한 억제해 비용을 줄이면서 주주이익에 우선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들의 최근 3년간 인건비는 제자리걸음이거나 되려 후퇴하는 흐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12년 225억원을 인건비로 사용했지만 작년에는 206억원에 그쳤다.

같은기간 한국신용평가도 180억원에서 174억원으로 줄었고, NICE신용평가는 163억원에서 165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효과를 감안해도 사실상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우수인력 확보에 얼마나 투자 해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신평사들의 고배당이 지속되면서 내부평가역량강화와 인프라 확충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