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에 가려진 `본다는 것`

by염지현 기자
2012.07.06 08:57:01

최진아 연출 연극 `본.다`
시선 관련된 에피소드 나열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표현

연극 ‘본다’ (사진=국립극단)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동네 구멍가게에 멍하니 앉은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얘기하는 여자, 정신없이 뛰는 여섯 명의 실업자, 춤추는 남자. 공통점이라곤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이들에게 교집합은 있다. 바로 무언가를 `본다`는 것. 사물을 바라봄으로써 생기는 관념적 의미가 아니다. 연극 `본.다`는 눈이 망막에 맺힌 시각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시감각 그 자체에 집중한다.



극은 13개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누군가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보고, 다른 쪽은 뭔가를 탐구하려고 본다. 또 다른 이는 보이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토로한다. 억지로 뭔가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 또 억지로 숨은 걸 찾아내 보려는 이도 있다. 춤을 추거나 분필로 낙서를 해가며 인간의 시감각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기승전결의 이야기구조보다 독립된 에피소드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며 보는 행위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 조바심, 쾌감 등을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

국립극단 `젊은 연출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기획됐다. 이번에 선정된 최진아 연출은 대한민국연극대상, 동아연극상작품상 등을 수상한 `1동 28번지 차숙이네` `사랑, 지고지순하다`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일상에 새롭게 접근해 낯선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에 주력했던 그는 “`본.다`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본다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라며 “보는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 없이 본질로 향해가는 시선의 통찰력을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배우 권령은·주인영·김수진·이승주 등 연극·영화·무용에 걸쳐 다양한 경력을 가진 8명 배우가 출연한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김대한이 무대디자인을 맡았다. 15일까지 서울 서계동 소극장 판. 1688-5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