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 전월세전환율 인하…신규계약 땐 무용지물

by김미영 기자
2020.08.06 05:52:53

김현미 국토장관, 전월세전환율 인하 예고
시중 대출금리 수준으로 낮춰도…‘맹점’ 여전
“어길 시 과태료 매겨야” “월세공제 늘려줘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전월세전환율은 (2016년) 기준금리가 2.5~3%였을 때 ‘기준금리+3.5%’로 결정됐는데 지금은 기준금리가 0.5%이기 때문에 3.5%는 과하다. 부처간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 논의를 거쳐 전월세전환율을 낮출 생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월세전환율 인하 방침을 공식화했다. 최근 개정돼 시행에 들어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월세 계약에 ‘2+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률도 5%이내로 묶어 전세를 반전세,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단 우려가 높아져서다. 반전세, 월세 전환에 따른 임차인의 임대료 증가 부담을 덜어주겠단 취지이나 신규계약엔 소용이 없고 지키지 않을 시 법적 제재도 없어 추가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많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새 계약 땐 적용 안되고, 구속력 없어…전국 평균 5% 상회

전월세전환율은 임대인이 기존 계약 기간 내에 전세보증금 일부 혹은 전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이다. 현재는 기준금리 연 0.5%에 3.5%를 더한 4%가 적용되고 있다. 최근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2%대인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5억원 보증금 중 3억원을 월세로 돌린다면 전환율에 따라 세입자는 월세 100만원을 내야 하지만, 같은 돈을 전세자금대출(연 2.5% 기준)로 마련하면 이자부담은 월 63만원 정도다. 반전세로 돌리면 세입자 부담이 늘고 집주인 수익은 그만큼 늘어난다. 집주인들이 임대차법으로 하락 예상되는 임대료 수익을 전월세 전환으로 보전하려 하는 이유다.

업계에선 전월세전환율이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수준으로 인하 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은행에서 빌리든 집주인에게 내든 부담이 비용이 비슷해야 월세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며 ”2%대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행 제도 하에선 전월세전환율을 낮춘들 한계가 명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규 계약 시에 무용지물이란 게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힌다. 전월세전환율 규정은 ‘전월세상한제 5%룰’과 똑같이 새로 임대 계약을 맺을 때엔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이전 세입자에 ‘보증금 2억원+월세 100만원’으로 줬던 반전세를 집주인이 다시 시장에 내놓을 때 월세를 100만원 올려도 제재할 방법이 없단 얘기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사진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부장관,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
기존 세입자에 계약 조건을 바꿀 때에도 전환율을 반드시 지켜야 할 구속력은 없다. 집주인이 반전세 전환시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면 세입자는 주택임차분쟁조정위원회에 신고하거나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인 전월세전환율이 5%를 상회하는 데엔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이 깔려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전월세전환율은 5.11%다. 서울은 5.04%, 경기도는 5.09%다. 지방은 전환율이 더 높아 평균5.67%으로, 광주 6.76%, 대구 6.49% 세종 5.70% 등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사인 간의 거래에서 전월세전환율은 강제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강제력을 더해야 전환율이 실질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전환율 낮추고, 안지키면 과태료 2000만원” 법개정 움직임

정치권에선 제도 보완을 위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전월세전환율을 두고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기준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원욱 의원은 ‘기준금리+3%’로 정하도록 했고, 김상희 의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2배 이내로 제한토록 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매년 1월 말일까지 직전 3개월의 한국은행 통계월보에 게재된 금융기관의 대출평균금리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은 법정 전월세전환율을 초과하는 월세를 받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제재하는 내용도 담았다.

업계에선 연말정산 때에 월세 공제액을 늘려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해엔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인 주택을 월세로 빌린 경우 총월세액의 10%(최대 75만원)를 세액 공제해줬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월세 공제 대상과 혜택을 늘리면 반전세,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