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경찰, 66년 만에 수사권조정 恨 풀었다

by박기주 기자
2020.01.18 09:02:00

13일 국회 본회의서 수사권조정 법안 통과
주진모 문자메시지 유출 파문…강경 대응 예고
'딸 KT 부정채용' 김성태 의원, 결국 무죄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66년간 경찰의 숙원이었던 수사권조정이 마침내 이뤄졌습니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를 진행할 때 검사의 ‘지휘’, 즉 검찰에게 종속된 기관으로 수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에 따라 피의자 모두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절차가 사라지고, 수사의 잘잘못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돼 시민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경찰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경찰이 비대해진 권력을 맘대로 사용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경찰, 66년 만에 한 풀었다 △‘주진모 카톡’ 유출 △‘딸 KT 부정채용’ 김성태, 무죄 등입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 관련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적어도 검찰과 경찰에게는 큰 변화를 가져다줄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수사권조정안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인데요. 이 법안의 핵심은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지휘’가 아닌 ‘협력’으로 규정하고 경찰에게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입니다.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가지게 됐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면, 피의자의 ‘혐의 있음 혹은 없음’을 경찰이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송치(검찰에 사건을 넘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는 ‘혐의가 있는 것(혹은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의견을 검사에게 제시하며 사건을 넘길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는 겁니다.

경찰이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면서 연간 약 56만명이 검사의 판단을 기다리며 불안정한 상태여야 했지만 보다 빠르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돼 국민 편익이 증대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게다가 검찰이 지휘해 경찰이 수사할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사의 적절성 문제 등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져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겠죠. 가장 큰 문제는 약 12만명에 달하는 경찰의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상당합니다. 지금까진 검찰의 통제와 감시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권력을 악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일단 그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법안에는 여러 통제장치가 있습니다. 일단 경찰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마무리한 모든 사건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해야 합니다. 검사가 사건에 문제가 있다고 봤을 땐 재수사하라고 지시할 수 있죠. 또 검사가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보완수사요구권, 문제가 있는 수사 정황이 있을 땐 검사가 바로 사건기록을 넘겨받을 수 있는 시정조치요구권 등입니다.

근본적인 우려를 없애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추진됩니다. 우선 현 경찰체제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자치경찰은 경찰청장 직제가 아닌 지자체장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되고 있습니다. 자치경찰에는 교통ㆍ생활안전ㆍ여성청소년 범죄 등을 맡기고 강력범죄는 국가경찰이 맡는 식이죠. 현재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은 국회에 멈춰 있는데요. 검찰에서는 정보 수집 기능도 자치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상당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또한 국가수사본부를 만들어 국가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국가수사본부의 장은 내부 인원이 아닌 개방직 전문가로 선발돼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게 됩니다. 다만 이런 제도적 장치는 모두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경찰에게 쥐여준 칼이 올바르게 사용되길 바랄 뿐입니다.

배우 주진모 (사진=이데일리DB)
배우 주진모의 문자메시지라는 내용의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죠. 여기에 포함된 내용이 선정적인 대목이 많아 그 관심은 더했습니다. 주진모는 결국 해당 메시지가 자신의 것이 맞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습니다. 이와 함께 이를 유포한 이들을 고소하면서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진모의 문자메시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좀 충격적이었죠. 다른 한 배우와 나눈 이 메시지에는 골프를 치러 가자는 내용과 어떤 여성이 동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성의 사진을 첨부하며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 및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도 함께 말이죠. 이 메시지에는 여러 배우가 등장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주민모는 지난 16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본의 아니게 제 문자메시지에 언급된 지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 제 문자메시지에 언급되었던 여성분들께도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이죠. 결국 메시지 자체는 사실이라고 인정한 셈이죠. 하지만 이성의 신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등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주씨는 두 달 전쯤부터 해커들이 해킹을 통해 얻은 자신의 정보를 보내며 접촉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에 대해 반응하지 않자 협박의 강도를 높였고, 결국 메신저 유출까지 이어졌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주씨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법적인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것이죠. 법률대리인 바른은 “문자메시지를 일부 조작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최초 유포자, 이를 다시 배포하거나 재가공해 배포한 자, 주진모를 마치 범죄자인 양 단정해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서도 형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킹은 해킹, 내용은 내용. 법적으로 주씨에게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도덕적인 여론의 비난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KT로부터 ‘딸 부정채용’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에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장제원, 강석호 의원 등과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자신의 딸을 KT 정직으로 채용시키는 내용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뇌물이라고 판단하기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인데요. 그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뇌물수수 혐의와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기소된 김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정까지 오게 된 사연을 되짚어 보면 지난 2012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검찰은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였던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무산되도록 하고 ‘딸의 KT 정규직 채용’을 뇌물형태로 받았다며 이들은 재판에 넘겼습니다.

공판을 거듭하면서 계약직이었던 김 의원의 딸이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되고, 그의 이력서는 사실상 백지였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면서 뇌물수수 및 공여가 확실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됐죠.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검찰이 핵심 진거로 내놓은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서 전 사장은 “2011년 서울 여의도 한 일식집에서 채용 관련 이야기가 오갔다”고 진술을 했는데, 법원이 금융거래내역 정보조회를 한 결과 해당 식사자리는 2009년에 있었다는 거죠. 결국 서 전 사장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는 모두 없던 게 됐습니다.

무죄가 나왔지만 뒤가 찝찝합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김 의원 딸이 KT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여러 특혜를 받은 점은 인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뇌물은 아닐지언정 채용 과정상 석연찮은 부분은 확실히 있다고 말한 것이죠.

이번 무죄 결정으로 김 의원은 홀가분하게 총선 준비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재론의 여지를 남긴 만큼 검찰이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