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中화웨이 제재…韓통신장비 '반사이익'

by강경래 기자
2019.05.27 08:12:22

글로벌 인터넷장비 시장서 화웨이와 경쟁하는 다산네트웍스
1분기 턴어라운드 실현한 후 2분기 이후 지속 실적 개선 전망
케이엠더블유·에이스테크 등 기지국장비 업체 간접수혜 예상
반면 RFHIC 등 화웨이와 거래하는 일부 부품업체 '울상'

다산네트웍스 인터넷장비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가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에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심화하면서 최근 중국 최대 전자·IT업체 화웨이에 불똥이 튄 상황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명령과 상무부 발표를 통해 화웨이와 함께 68개 계열사를 민간분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미국 상원에선 5G(5세대)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도 마련했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일본, 대만 등 국가들 역시 기밀 유출 등 명분을 내세워 화웨이 제재조치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화웨이 제재조치는 기지국장비와 인터넷장비 등 통신장비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들에게 있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유진투자증권은 다산네트웍스가 올 2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1091억원과 영업이익 37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것.

이와 관련, 다산네트웍스(039560)는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44.7% 늘어난 1001억원이었다.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13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적자와 비교해 흑자로 전환했다. 다산네트웍스가 올 1분기 개선된 실적을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을 중심으로 5G 이동통신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2분기에는 화웨이 제재조치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산네트웍스는 인터넷장비 분야에서 업계 1위인 화웨이와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경쟁한다”며 “이번 제재조치로 인해 화웨이 인터넷장비 사업이 위축할 경우 다산네트웍스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지국장비 업체들 역시 화웨이 제재조치에 따른 호재가 예상된다. 5G 기지국장비에 쓰이는 필수장치인 ‘매시브 마이모’’(Massive MIMO, 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를 상용화한 케이엠더블유(032500)는 올해 전년보다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케이엠더블유가 매출액 4978억원에 영업이익 665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적자를 낸 이 회사는 올해 수백억대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케이엠더블유는 현재 노키아에 매시브 마이모 장비 등을 활발히 납품한다. 글로벌 기지국장비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31%를 점유하며 선두를 내달리는 가운데 스웨덴 에릭슨(27%)과 핀란드 노키아(23%)가 각각 2,3위를 기록 중이다. 화웨이가 제재조치로 위축하고 그 사이 노키아가 점유율을 끌어올릴 경우 케이엠더블유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케이엠더블유는 노키아에 이어 에릭슨과도 협력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매시브 마이모 등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스테크(088800)놀로지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지국장비시장에서 점유율 3%로 중국 ZTE(13%)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가 화웨이 제재조치로 직접적인 수혜를 본다면 에이스테크놀로지는 매시브 마이모 등 납품을 통해 간접적인 이익을 취하는 셈이다.

반면 화웨이와 거래하는 일부 업체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RFHIC가 대표적인 경우다. RFHIC는 질화갈륨(GaN)을 이용해 무선통신과 방위산업장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를 만든다. RFHIC는 화웨이를 비롯해 노키아, 삼성전자 등 통신장비 업체들과 거래한다. 하지만 거래처 중 화웨이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