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박항서 베트남 감독 "한국과는 최종예선 안만나고 싶네요"

by이석무 기자
2021.06.16 18:19:27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과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안 만나고 싶네요. 너무 부담되잖아요(웃음)”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한국과의 대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자벨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최종전에서 2-3으로 패했다. 비록 G조 1위 자리는 UAE(승점 18)에게 내줬지만 승점 17을 기록, 조 2위 자격으로 최종 예선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베트남이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그동안 수많은 기적을 일궈냈던 ‘박항서 매직’이 또 한 번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박항서 감독은 이날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운이 좋아서 최종 예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뤘다”면서 “이제는 우리보다 한 수 위 팀과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 고민이 다가오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트남은 이제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아시아 강호들과 맞붙어야 한다. 7월 1일 조추첨 결과에 따라 당연히 한국과 베트남이 같은 조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박항서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고민이 많다”며 “아시아 정상의 팀들을 상대로 망신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특히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하는 것에 대해선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은 “한국은 피파 랭킹도 그렇고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며 “내 입장에선 맞붙게 된다면 영광이고 도전이겠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최근 불거진 ‘베트남 결별설’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얼마전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는 박항서 감독의 기자회견 발언이 인터넷상에 돌면서 베트남 감독직에서 사임할 것이라는 루머가 급속도로 퍼졌다.

박항서 감독은 이를 직접 부인했다. 그는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최종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얘기를 한 것이다”며 “계약기간이 2022년 1월까지다. 그 계약은 분명히 이행할 것이고 향후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항서 감독은 최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故 유상철 감독을 떠올리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게 전화를 받고 소식을 들은 뒤 너무 안타까웠다”며 “작년에 한국에서 만났을때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 기뻤는데 너무 일찍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유상철 감독은 내 고등학교 후배다. 그가 떠난 뒤 많은 생각이 들었고 내 자신을 많이 뒤돌아봤다”면서 “그동안 하지 못한 일을 하늘나라에서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