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 경제 살리기 한계…美증시 과열, 버블 붕괴 대비해야"

by김정남 기자
2020.12.07 06:00:00

[원조 닥터둠 마크 파버 특별인터뷰]②
"美 빅테크·반도체주 과열…닷컴버블 연상"
"조정장 시기 예측 어렵지만 대비해야 할 때"
"민주주의 하에서 고통 받아들일 준비 안 돼"
"QE 영구화할 것…신흥국들 특히 경계해야"
"실물경제 회복 시장 예상보다 오...

‘원조 닥터둠’ 마크 파버는 “2년 전인 2018년 말께 비트코인 가격이 1개당 3000달러대일 때 매수를 추천했던 적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너무 오른 것 같다”고 했다. (사진=블룸버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례없는 혼돈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19 탓에 실물경제는 최악의 위기인데, 증시만큼은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어 투자자들은 물론 분석가들마저 혼란스럽다.

미국 증시가 대표적이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현지시간) 최고 기록을 또 갈아치운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현재 3만218.26)는 올해 연저점(3월23일 1만8591.93) 대비 62.53%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81.68% 치솟았다. 증시는 약과다. 비트코인의 올해 수익률 변동 폭(연저점 대비 연고점)은 300%가 넘는다.

“증시가 급등하는 이유는 한두개가 아니지요. 그런데 가장 큰 건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가 돈을 풀고 있는 것입니다. 돈을 계속 찍어내면 주가는 오르겠죠. 하지만 그게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원조 닥터둠(Dr. Doom)’ 마크 파버(74) ‘더 글룸 블룸 앤드 둠’ 발행인의 일침이다. 그는 2일 오후(현지시간) 이데일리와 가진 화상 인터뷰 내내 자산시장 ‘버블’을 경고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해 월가 족집게로 명성을 얻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점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에게 닥터둠 자리를 물려준 이후에는 원조 닥터둠으로 불린다.

파버의 지적은 지표로 입증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화폐유통속도(명목GDP/M2)는 1.104로 사상 최저다. 화폐유통속도가 낮다는 건 풀려 있는 돈이 실물경제 생산 활동에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분모인 광의통화(M2)가 단연 역대 최대라는 점에서, 풀린 유동성이 실물경제에서 돌지 않고 금융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분석된다. 파버의 일침은 돈의 힘만으로 끌어가는 경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통화 변동성이 큰 신흥국일수록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미국 증시 과열…버블 대비할 시점”

-지금 미국 증시는 과열인가.

△그렇다. 일부 주식들은 버블 상태다. 소위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라고 불리는 빅테크주가 그렇다. 테슬라 주가의 급등 역시 눈여겨보고 있다. 일부 반도체주도 많이 올랐다. 2000년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그러나 에너지주, 은행주 등은 오히려 거품이 빠졌다고 본다. 마치 두 개의 증시가 있는 것 같다.

-버블에 대비해야 할 때인가.

△당연하다. 돈을 많이 찍다 보니 미국 증시는 당분간 더 오르고 달러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준비통화(reserve currency·금과 함께 대외지급을 위한 준비로서 각국이 보유한 통화로 대부분 미국 달러화임)가 많다면 경제가 한동안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영원하지는 않다.

-증시 조정장은 언제쯤 찾아올까.

△언제 재앙이 올지 정확히 예측하는 건 어렵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라면 당분간 붕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다른 곳에 비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었다. 가령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가 지금처럼 미국에 비해 저평가된 적은 없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위기가 찾아올까.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저 금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유럽의 일부 선진국은 마이너스다. 그래서 현재 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없다. 정부 주도로 거대한 팽창이 이뤄지는 데도 별다른 비용이 없는 거다. 하지만 내년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예상보다 높아질 게 분명하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연준이 1~2년 정도는 금리를 낮게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긴축의 순간이 다가오면) 당국은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찍어내는 식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악순환의 반복인데,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금리는 오른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가진 정부가 이자 부담을 느끼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당신이 예측한 2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신흥국들이 그랬나.

△그렇다. 그때 (경제 체력에 비해)많은 돈을 푼 나라들의 통화가치가 한 번에 무너졌다. 그 결과는 어땠나. 그때 긴축으로 경제적·사회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초래했다.

“코로나보다 ‘큰 정부’가 위기 만들어”

-양적완화(QE)는 계속될 것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QE가 처음 시작된 12년 전부터 ‘QE 영구화(QE infinity)’를 주장했다. 실제 그렇게 되고 있지 않나. QE 혹은 QE와 유사한 과거 거대한 팽창의 역사를 보면, 그 공통점은 그걸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못 끊는 것과 같다. 끊으려면 매우 고통스럽다. (한국을 비롯해) 1990년대 말 아시아 신흥국들이 그렇지 않았나. 역사적으로 보면 팽창의 시기에 잠깐 행복할 수 있지만 그 끝은 재앙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특수한 상황이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돈을 찍어낼 것이라는 건 안다. 엄밀히 말해 지금의 경제 위기는 바이러스보다 ‘큰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돈을 풀수록 사람들의(민간 경제의) 경제적 자유는 줄어들 게 뻔하다. (점점 정부에 의존해) 경제 성장의 탄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 위기다.

-요즘 증시가 호황인 건 내년 경제 회복 기대 때문 아닌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실물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정부가 (돈을 무한정 푸는 동시에) 무작정 식당을 닫고 호텔을 닫았다. 대부분 식당들은 파산하고 있다. 독재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 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매우 화가 난다. (영업 제한 조치가) 너무 과도했다.

-시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임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은 연준 의장으로 있을 때 ‘무제한 머니 프린터(money printer without limits)’였다. 재무장관이 되면 재정 지출 역시 제한 없이 할 것 같다. 그 결과는 재정적자의 추가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증시를 넘어 비트코인까지 뜨고 있다.

△돈 풀기의 결과다. 나는 2년 전인 2018년 말께 비트코인 가격이 1개당 3000달러대일 때 매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올랐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2만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금은 그보다 금과 같은 귀금속이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

마크 파버는 누구…

△1946년 스위스 취리히 출생 △취리히대 경제학 학사 △취리히대 경제학 박사 △화이트 웰드&컴퍼니(뉴욕, 취리히, 홍콩) 근무 △드레셀 버넘 램버트 홍콩대표 △마크 파버 리미티드 회장 △투자정보지 ‘더 글룸 블룸 앤드 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