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도 수출 고공행진 왜?…"실질환율은 여전히 낮아"

by김경은 기자
2020.12.02 06:00:00

10월 실질실효환율 전달보다 1.96 오른 107.92 기록
달러, 위안화, 엔화 대비 강세 나타낸 원화
2018년8월 이후 최대폭 상승
하지만 절대 수준은 2016~2019년보다 여전히 낮아
이주열 "환율, 수출 부정적 영향 크지 않을 것"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들어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수출기업들은 느긋한 표정이다. 생산기지 다변화 등 환율 변동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 영향이 크지만 미국, 중국 등 실제 주요 무역상대국과 비교해 화폐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환율’은 여전히 과거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다. 지난 10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원화 초강세로 인해 2년 2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작년 수준을 밑돌았다.

2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는 10월 평균 달러당 1141.93원으로 전월 대비 3.05%(35.72원 하락) 가치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화는 달러뿐만 아니라 위안화(1.4%), 엔화(2.6%)와 비교해서도 절상됐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교역 대상국에 비해 원화의 값이 상대적으로 상승하면서 실질실효환율(REEF·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은 전달 보다 1.96 오른 107.92를 기록했다. 지난달 상승폭은 2018년 8월(2.08) 이후 2년 2개월만에 최고였다. 상대적으로 원화가 가파른 상승을 나타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2019년(108.5)보다 여전히 낮다. 2016년(109.0), 2017년(112.5)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실질실효환율은 두 나라간 돈의 상대가치를 말하는 명목환율과 달리 주요교역대상국 전체의 환율변동에 대해 원화의 가치 변동을 파악하는 지수다. 무역비중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하는데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 등의 무역비중이 큰 만큼 달러화, 위안화, 엔화 가치에 값이 좌지우지 된다. 통상 실질실효환율지수가 100 이상이면 주요 교역대상국에 비해 고평가, 100 이하면 저평가를 나타낸다고 평가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초강세를 나타냈음에도 실질실효환율 강세폭이 크지 않은 것은 올 한해 환율 평균(1~11월/1188.7원)은 여전히 2019년 평균(1166.11원)보다 약세이고, 지난해 3월쯤 달러화가 역사적 수준으로 초강세를 나타낸 기저효과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시 원화는 달러화 초강세에도 1120~1130원대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며 글로벌 달러화 강세 흐름에서 소외됐다. 실질환율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이다.

이에 실질실효환율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과거 환율 하락기에 비해서는 양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따른 가파른 원화 강세 속도로 수출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실질실효환율로 본 원화 강세폭은 크지 않다”며 “원화 환율은 수출 회복을 지지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0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쟁 상대국가와 비교한 실질실효환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크게 볼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이달 금통위에서도 이 총재는 “최근 환율 하락세가 가파른 것은 우리 경제의 회복, 미국 대선 불확실성 완화, 투자자의 쏠림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나라 수출품의 품질경쟁력도 높은 수준에 와있고, 수입 중간재를 많이 쓰고 해외로 생산시설이 많이 나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출에 미치는 환율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상쇄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5년(2016~2020년10월) 원화 실질실효환율 추이(출처:B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