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청량리역, 5개월째 미분양…오피스텔시장 ‘찬바람’

by김미영 기자
2020.11.16 05:10:06

청약완판했는데…30여실 아직 미분양
10월 이후 5곳 중 4곳 미분양 ‘오명’
거래량도 줄어…“법 개정에 세금 부담 커진 영향”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현대건설이 짓는 ‘힐스테이트 청량리역’ 오피스텔은 청약을 진행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미분양 상태다. 지난 6월에 평균 3.14대 1 경쟁률로 청약에선 ‘완판’ 했지만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이 나오면서, 아직 30여실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 관계자는 15일 “투자용으로 매수하려던 분들이 가족 명의 등으로 중복 신청하면서 2채, 3채 당첨됐고 여기서 미계약분이 나온 것”이라며 “세를 놓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10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매수를 고민했던 A씨는 “6평 남짓에 분양가가 3억원 정도라 가격이 비싼데 도심에서 멀어 수월하게 임차인을 구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미분양은 이 오피스텔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도권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세수요 일부가 매매수요로 옮겨가고 있지만 오피스텔 시장은 ‘불장’에서 비껴나 있는 양상이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보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인천 중구의 ‘운서역 파크뷰’는 315실 모집에 청약접수가 9건뿐이었다. 479실을 모집한 시흥 정왕동의 ‘시흥 MTV 웨이브 파크리움’은 접수가 8건에 그쳤다. 지난달엔 ‘검단역 법조타운 리슈빌 S’이 모든 타입에서 미분양이 났고, 수원 권선구의 ‘헤센스마트 하이브 오피스텔’도 한 타입을 제외하곤 미분양 오명을 썼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잠실역 웰리지 라테라스’만 367실 모집에 712명이 신청해 미분양 대열에서 빠졌다.

오피스텔은 거래량도 줄고 있다. 감정원 자료를 보면 수도권 오피스텔 거래량은 올 7월 1만2491건에서 8월 8968건, 9월 8760건으로 감소세다. 이에 비해 아파트는 7월 8만5809건에서 8월 5만1883건으로 줄었다가 9월 5만2579건으로 늘어났다.

주택난과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인기가 약화되고 있는 건 세제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8월12일 개정 지방세법이 시행됨에 따라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실거주용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이가 오피스텔을 사들이면 취득세가 중과돼 세율이 4.6%가 된다. 오피스텔 보유자가 아파트를 한 채 더 사면 취득세율은 8%를 적용하게 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6월부터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율도 오른다. 청약 때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받지 않는 강점은 그대로지만 투자용으로 매입하기에 부담이 늘었다는 의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규제지역에선 세금이 중과되지 않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기존 주택에 오피스텔을 추가 매입하면 양도세, 취득세가 중과된다”며 “수익률과 부담해야 할 세금 등을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