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시대는 왜 전기자동차를 원하는가

by김무연 기자
2021.01.13 05:00:00

지상 강의 ‘오늘의 원픽’ : ‘인더스토리Ⅲ’ 2강 차(車)
상용 전기차 EV1 생산 중지… 석유업체 관여 음모론
‘디젤 게이트’로 내연기관 자동차 사실상 퇴출 수순
자율주행도 내연기관 차보다 전기차가 효율적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 내연기관 자동차는 1920년 텍사스 오일 붐에 따른 저유가에 힘입어 전기자동차를 밀어내고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올라섰다. 이후 자동차 빅3(포드·크라이슬러·제너럴 모터스(GM))와 석유 산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전기자동차의 끊임없는 도전을 막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빅3의 하나인 GM의 EV1 사태다.

GM EV1
GM은 1996년 상용 순수 전기자동차 EV1을 출시한다. 당시에는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온실 가스를 감축하는데 합의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면서 친환경 기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이 자동차 회사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무공해차를 판매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데 따른 일이었다.

하지만 1999년 GM은 사용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EV1 생산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2002년에는 전기차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 EV1을 모두 회수해 폐기 처분해버렸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은 소송에서 패배해 무공해차 의무 판매시기를 늦춰야 했다. 왜 EV1은 사라져야 했을까.

일각에선 기존 자동차 시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자동차 제조사와 석유 수요 감소를 우려한 석유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추정한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사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반(反) 테러리즘’으로 전환됐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2001년), 이라크(2003년)와 전쟁을 시작했고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대했다. 그 결과 2001년을 기점으로 자동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뿐 아니라 유가도 배럴 당 100달러로 급등했다. 전쟁 특수로 자동차 제조사와 석유 산업 모두 호황을 누린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이 앞당겨진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때문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2015년 폭스바겐이 디젤 엔진 배기 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하다 적발되는 ‘디젤게이트’가 터졌다. 자신들의 디젤 엔진으로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되자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검사를 할 때에만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폭스바겐은 330억 달러의 손해를 봤을 뿐 아니라, 대중의 뇌리에 내연기관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전기자동차의 내부
현재 각국 정부는 ‘디젤게이트’로 촉발된 내연기관 퇴출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오는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중국 또한 2035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차만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 차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임규태 박사는 전기자동차는 환경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탈 것’의 혁명을 이끄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보장할 수준의 신속하고 정밀한 ‘컨트롤’이 필수적이다. 연료의 폭발을 동력원으로 바퀴를 돌리는 내연기관으로는 자율주행차에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모터로 구동한다. 자율주행차 관점에서 모터를 전기 신호로 ‘제어’한다는 사실은 더욱 의미가 크다. 전기자동차는 위기의 순간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간의 반응속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차량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임 박사는 “100년 전 내연기관에 밀려났던 전기자동차가 다시 돌아온 것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며 “전기차는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구현을 앞당기는 미래의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Ⅲ’ 2강 ‘차’(車)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