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굿 마치고 떡 먹을 시간’…M&A 이후 바빠지는 투자자들

by김성훈 기자
2020.10.07 05:30:00

M&A 이후 전략적투자자(SI) 자금베팅 눈길
시장 시선 덜고 관심 매물 적극 투자 '장점'
해당 PEF와 딜 업무 공조·정보 교류까지
"취향 맞는 M&A 동지 찾는 과정 활성화"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인수합병(M&A)을 거쳐 새 주인에 올라선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거금을 베팅하는 전략적투자자(SI)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하는 매물이 나오면 인수전에 뛰어드는 대신 시장 흐름을 관망하다 새 주인의 자금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인수전 참여로 따라오는 세간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데다 투자로 관계를 맺은 PEF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 이러한 현상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행동 나서는 SI

한때 두산솔루스 인수자로 거론되던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정밀화학(004000)은 지난달 23일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PEF인 스카이레이크가 설립한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주식 52.93%(경영권 포함) 인수에 필요한 금액 7000억원 가운데 2900억원을 투자하면서 산술적으로 롯데정밀화학이 두산솔루스 지분 22%가량을 인수하는 셈이다.

회사 측은 “스카이레이크가 운용사(GP)로서 설립·운용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및 투자목적회사와 공동으로 두산솔루스 경영권 인수 거래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I가 아닌 투자 수익을 위한 재무적투자자(FI) 신분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롯데그룹은 당초 두산솔루스가 시장에 나왔을 당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지만 끝내 인수전에 불참했다. 매각전이 다가오자 뜨거워진 관심에다 실제 인수하지 못했을 경우의 이미지 타격, 인수 후에 따라올 ‘승자의 저주’ 우려까지 고민의 대상이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두산솔루스 인수 이후 이뤄질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 이후에 치러야 할 유무형의 과정들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금이 부족했을 리 없던 롯데그룹이 선택한 방법은 앵커 출자자로서의 포지션 선점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가 인수 이후 밸류업까지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있다는 점을 출자 단계에서 설명 했을 것이다”며 “두산솔루스의 사업적 잠재력에 관심을 보이던 롯데 입장에서 상호 이해관계가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취향 맞는 M&A 동지 찾는 과정 일수도”

페리카나도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 인수에 자금을 출자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미스터피자 운용사인 MP그룹은 지난달 25일 정우현 전 회장과 아들 정민순씨 등이 사모펀드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와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예정 주식은 3000만주 이상이며 인수 가격은 150억원이다. 이 투자 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합산 지분 69.3%(101억원)를 가진 ㈜페리카나와 ㈜신정이다. 다만 한국거래소 심의 결과 MP그룹의 상장유지 결정 통지 이후 예치금을 인수 납입 대금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미스터피자를 인수한 얼머스-TRI 조합은 얼머스인베스트먼트와 TR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운용(GP)하고 있다. 이들 컨소시엄은 식품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를 갖춘 페리카나를 투자자로 확보하는 구조를 짜면서 양쪽 모두에 득이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자금 출자를 통해 PEF와 관계를 쌓는 흐름이 컨소시엄 형태와 함께 시장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인수전 참여로 집중되는 시장의 관심을 덜 수 있고 관심 기업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으로 치면 계약도 해야하고 개보수 공사도 해야 하고 사후 관리도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에 대한 리스크를 출자자 신분으로 갈음한 셈이다”며 “서로 관심 있는 업종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상황에서 차후 이어질 딜소싱(매물 발굴)이나 펀드레이징(자금모집)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