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박영수 친척에도 100억 원 건넸다

by이연호 기자
2021.10.03 13:52:39

김만배, 분양대행업체 이모 씨에게 100억 원 건네..이 씨는 박영수 전 특검과 친척 관계
金 "朴과는 무관…사업 자금 대여"…李 "朴에 1원도 전달 안 해"·朴 "전혀 미관여"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친척이자 분양대행업체 사업가에게 100억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 중 100억 원을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 모 씨에게 전달했다. 이 씨와 박 전 특검과 친척 관계다.

이 씨는 지난 2018년께까지 코스닥 상장사 A사의 대표이사로도 재직했는데, 박 전 특검은 2014년 1월부터 2월까지 A사의 사외이사로 약 1개월간 재직하다가 ‘일신상의 사유’로 퇴직했다.

이 같은 이 씨와 박 전 특검의 관계 등을 근거로 김 씨가 이 씨에게 건넨 100억 원 중 일부가 최종적으로 박 전 특검에게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 씨 측은 “박 전 특검 측에 1원도 전달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전 특검은 이날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분양업자 이 씨는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지만, 이 씨가 김만배 씨로부터 돈을 수수하는 등 그들 사이 거래에 대해 관여한 사실이 없어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특검 시작 이후, 사건의 성격 상 대변인을 통한 공식 설명 외에 외부와의 접촉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최대한 자제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사회적 관계가 대부분 단절됐다”며 “그에 따라 김 씨도 관계가 단절돼 특검 이후 현재까지 전화 통화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 씨에게 100억 원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이 씨가 ‘토목 관련 업체 B사의 나모 대표에게 빌린 돈, 20억 원을 빨리 갚아야 한다’고 해서 준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씨가 빌린 돈은 20억 원이지만, 정작 돌아간 돈은 100억 원이라 무슨 명목으로 지불한 금액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김 씨는 이날 기자단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이 씨와의 돈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며 “그 부분 포함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 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씨와 이 씨 간에 오간 돈의 정확한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전 특검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화천대유에서 상임 고문 변호사로 일하며 연 2억 원의 고문료를 받다가 같은 해 11월 국정 농단 수사 특검으로 임명되면서 고문직을 그만뒀다. 화천대유 직원으로 수년 간 근무하다 최근 퇴직한 그의 딸도 지난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