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칼럼]경영자의 착각

by김정유 기자
2021.03.07 09:45:35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지도자들의 가장 큰 착각은 조직구성원들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활동적 관성(active inertia)이라는 병이다. 1988년 회장취임 후 삼성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던 고 이건희 회장의 회고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도 보통 착각한 게 아니다. 임직원들이 나를 따라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장기 이식 수술 거부 반응 같은 거였다.” 내가 고함지르고 하는데 나는 수백 번도 더 속았다. 지난 5년간 입이 닳을 만큼 무진장 얘기를 했다. 그런데도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조직이 오래되고 비대해질 수록 혁신에 저항하는 관성은 커진다. 이것이 대기업이 겪는 가장 심각한 병인 조직의 관료화다. 관료화의 핵심은 기득권이다.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조직구성원은 2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관리자유형이다. 관리자들은 환경변화로 어려워지면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러나 더 어려워진다.

둘째는 기업가유형이다. 기업가는 환경변화에 새로운 방법으로 하자고 한다. 전자의 유형이 많으면 이 조직은 관료주의병에 걸린 것이다. 관료화된 조직의 관리자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오던 과제를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하겠다는 관리자적 사명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과제를 폐기하기 어려워진다. 환경이 바뀌어 경영이 어려워져도, 이들은 더 열심히 해오던 일을 하겠다고 한다. 이른바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하고 있다. 이런 조직일수록 모든 것을 다하려 하지만 실제로 아무 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 안하는 사업이 없다는 것은 잘 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영업이익율이 매우 낮다.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버리고 삭제할수록 핵심이 차별화되지만, 더할수록 범용화되고 만다. 모든 기능을 하는 제품은 범용품이다.

조직의 관료화를 겪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피터 드러커식 컨설팅을 제안한다. GM,GE 등을 컨설팅해 성공시킨 드러커의 컨설팅의 주특기는 삭제하는 것이다. 드러커는 기업들에게 업의 본질이외는 체계적으로 폐기할 것을 제안했다. 먼저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큐레이션하고 그리고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드러커의 체계적 폐기이다.



GE의 잭 웰치회장은 자신이 GE를 성공할수 있도록 한 것은 드러커의 컨설팅 덕분이라고 했다. 체계적 폐기,계획적 폐기, 창조적 폐기를 GE경영의 혁신과 구조조정에 활용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잭 웰치 GE회장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질문은 “GE가 이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당장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였다. 대답이 “아니오”라면 드러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잭 웰치는 드러커의 질문을 바탕으로 1위나 2위가 아닌 GE의 사업을 매각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1위를 차지했다. 웰치의 이런 결단력은 GE의 성장을 이끌었다. 최고의 혁신은 바꾸는 것이다. 잘 바꾸기 위해서는 폐기와 삭제를 잘해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폐기의 용기(courage of abandonment)가 필요하다,

“If you want something new, you have to stop doing something old”(새로운 것을 하고 싶으면 옛날 것을 버려야 한다- 피터 드러커).

여러분 회사의 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업의 본질이 아닌 과제들을 삭제해야 한다. 업의 본질이란 기업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의 핵심이다. 기업입장에서 업의 본질은 ‘고객들에게 이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제안하는 것’이다. 고객입장에서 업의 본질이란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기업의 제안과 고객의 반응이 매치될 때 업의 가치창출효과(value creation)는 커지고 차별화된 마케팅경쟁력이 생긴다.

혁신은 고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더 빨리,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핵심 3가지 기준에 집중한다. 기업의 업의 본질은 고객이 초점을 두는 핵심기준으로 기업자원을 집중투입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회사가 매출에는 성공하는데 영업이익은 왜 3% 이하에서 힘들어하는가. 영업이익율을 높이고 싶은가. 과감하게 폐기경영에 도전해보시라. 먼저 ‘업의 정의와 사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업의 정의가 명확할수록 한정된 기업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의 본질이 아닌 것을 버리기 시작할 때 조직의 혁신이 시작된다. 업의 본질이 아닌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큰 기업, 오래된 기업의 관료주의병이다. 관료주의와 쉽게 싸우는 길은 업의 본질과 아닌 것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아닌 것은 과감하게 폐기하라. 이것이 기업이 혁신을 쉽게 효과는 크게 하는 지름길이다.

여러분의 기업은 어떤가. 버리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기득권이다. 혁신의 가장 큰 적은 기득권이다. 버리는 경영을 제안한다. 삼성의 신경영은 드러커의 체계적 폐기의 최고의 모범사례다. 자식과 마누라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은 체계적 폐기(systematic abandonment)경영이다, 양을 버렸더니 질로 혁신됐다. 오늘을 버렸더니 내일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