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택배근로자 연이은 사망, 재발 막을 특단 대책 내놔야

by논설 위원
2020.10.23 06:00:00

한진에 이어 국내 택배업계 1위인 CJ 대한통운이 어제 택배기사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했다. 이 회사의 박근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기사및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올들어서만 택배 근로자 12명이 극단 선택이나 과로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사망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특별 대책을 주문하는 등 비난이 거세지자 업계가 여론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택배 회사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와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1차 책임이 있다는게 택배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법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계층을 살펴야 할 정치권도 ‘나 몰라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의 근로 조건은 통상적인 기업 구성원들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계약 노동자인 이들은 택배 회사에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다. 과도한 권리금, 차량 구입비, 낮은 배달수수료, 장시간 노동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고 이들은 호소해 왔다.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분류작업을 사실상 무임금으로 처리한 ‘공짜 노동’이 과로를 부추긴 대표적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해당 기업들은 열악한 환경을 외면한 채 땜질 대책으로만 대처한 탓에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지난 8월 14일 ‘택배없는 날’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1년에 한번 뿐인 이벤트성 행사에 지나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국내 택배시장은 지난 2018년 5조 6000여억원, 2019년 6조1400여억원으로 급성장한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특수를 누려왔다. 호황의 이면에는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과와 개선 다짐이 일회성으로 끝날 경우 택배 근로자들의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손잡고 근로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계약 조건도 현실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