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비대면의 힘… 코로나 불황 속 홈쇼핑만 날았다

by김무연 기자
2020.08.21 05:00:00

CJ오쇼핑, GS홈쇼핑 등 2분기 영업익 전년比↑
롯데·신세계 홈쇼핑 계열사도 불황 속 나홀로 선방
홈쇼핑 업계, 유통사 '라이브 커머스' 두고 시각 엇갈려
전문가 “경쟁 우려는 시기 상조”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원조의 저력은 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유통 채널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홈쇼핑사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원조 비대면 소비 채널이라 할 수 있는 홈쇼핑의 위상이 높아졌단 평가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주요 유통 계열사 포함 홈쇼핑사 영업익 늘어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4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및 건강식품, 리빙 등 고마진 상품 편성을 확대하고 저마진 상품과 제휴 사업을 축소해 수익성 제고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GS홈쇼핑의 영업이익 또한 326억원에서 415억원으로 27.3% 증가했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은 주요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홈쇼핑 계열사만 호조세를 보였다. 롯데쇼핑의 경우 올 2분기 백화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6% 감소하고 할인점고 적자 기조를 이어갔지만 롯데홈쇼핑은 3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3.3%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마트 또한 할인점에서 적자폭을 키운 데 반해 신세계TV쇼핑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홈쇼핑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점포를 직접 방문하기가 어려워지자 쇼호스트들이 대신 경험하고 궁금증에 답해주는 ‘간접 체험’ 방식의 구매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코로나19로 최대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받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여전히 적자 기조를 이어가는 점과도 상반된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SSG닷컴은 2분기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대폭 확대됐지만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한 인건비를 비롯해 물류센터 투자 등으로 비용도 함께 증가한 탓이다.

롯데백화점이 일부 고객에게만 공개하는 시크릿 라이브 방송 이미지(사진=롯데쇼핑)
◇“아직은 우위”vs“무시 못할 경쟁자” 라이브 커머스 보는 엇갈린 시선


최근 들어 백화점, 마트를 비롯해 패션, 식품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유튜브, 네이버 등 플랫폼을 이용한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르는 이유도 홈쇼핑 업체의 선방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라이브 커머스를 바라보는 홈쇼핑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채널로 각광 받고 있지만 기본 틀은 홈쇼핑과 다르지 않다”며 “상품을 선별하고 소개하는 노하우 등은 외려 다년 간 노하우를 축적한 홈쇼핑이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인 라이브 커머스의 경우 관련 제재가 마련되기 전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실적은 고마진 상품인 의류가 견인했는데, 코로나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패션 실적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흑자를 기록해 돋보일 뿐 호실적을 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홈쇼핑은 재승인 심사를 비롯해 송출수수료와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내야 한다”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한 점을 감안한다면 관련 제재 법안이 나오거나 홈쇼핑 업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줘야한다”고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런 홈쇼핑사들의 우려에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라이브 커머스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생존의 기로에서 찾아낸 활로이자 보조수단”이라면서 “당장 등장한 새로운 채널을 견제하기보다는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의 등장을 반기되 향후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따라 규제 방향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