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①‘시장 포화?’···편의점 출점여력 충분하다

by최은영 기자
2017.11.14 06:05:00

전국지도 편 : '내년 말 적정 편의점수 도달···2022년 포화 예상'
편의점당 인구수 줄었지만, 이용고객 늘고 매출 상승폭 커
1인 가구 증가, 구매단가 상승 ‘긍정적’···점포당 매출 하락은 과제

[이데일리 최은영 유통전문기자]편의점은 백화점, 대형마트를 제치고 제1의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부상했다.

국내 편의점이 도입된 건 서울올림픽 개최 이듬해인 1989년이다. 도입 4년 만인 1993년 1000점, 2007년 1만점, 2011년 2만점을 돌파했고 그 수는 2015년 말 기준 3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6000개 넘는 점포가 신규 출점했고 또 1500여 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올해 10월 기준 전국 편의점수는 3만9000개를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편의점 4만 점포 시대를 맞게 된다.

이렇듯 해마다 편의점 수가 두 자릿수 이상 늘며 일부에선 시장 포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국내 편의점당 인구수는 1504명. 인구 대비 편의점 밀도로 따지면 편의점의 최초 발상지인 미국은 물론 편의점의 대표적 발흥지로 꼽히는 일본, 대만을 앞선다.

그렇다면 편의점의 향후 성장 여력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아직은 출점여력이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내년 말 편의점수가 적정 수준인 4만2707개에 도달하고 올해 성장률 추세(1~7월 평균 11%)가 이어진다면 2022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의점 매출액 성장률이 11%를 웃돌면 이 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다. 비교적 매출 성장률이 가팔랐다고 볼 수 있는 담뱃값 인상 시기를 포함해 지난 6년간 연평균 성장률 16.5%를 대입해 추정하면 포화 시점은 2019~2020년이다.



적정 편의점 수는 인구밀도와 국토면적, 편의점 평균면적을 고려, 평당 적정 수용 인구 52.7명을 적용해 추산했다. 평당 적정 수용 인구와 시장 포화 시점은 일본의 편의점 출점 적정치로 분석된 편의점 수 6만점과 소매판매액 내 편의점 매출 비중이 8%에 이를 때를 기준으로 역산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한국보다 편의점 시장이 먼저 성장했던 일본과 대만을 살펴보면, 편의점 업태 도입 이 후 20년차를 넘기면서 저성장 기조에 들어갔다. 한국도 2014년부터는 이 단계에 도달했고 업계 안팎에선 시장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지만 편의점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실제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서 발표한 ‘2017 편의점 운영동향’을 살펴보면 편의점 수가 늘며 편의점당 인구수가 12.3% 줄었지만 매출액 상승폭은 19.46%로 이를 능가했다. 지난해 전체 편의점 수는 4324개 늘어 3만4376개, 편의점당 인구수는 210명 줄어든 1504명을, 총 매출액은 3조3727억원 증가한 20조70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속 성장 가능성의 또 다른 근거가 되는 것은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편의점 시장의 비중이다. 일본은 2017년 3월말 기준 전체 소매판매액 약 140조엔 중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8.2%인 반면, 한국은 2016년 말 기준 이 비중이 5.1%에 불과하다. 이는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듯 편의점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로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근거리 소비 확대 등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첫손에 꼽힌다. 여기에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창업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편의점 사업에 나섰고, 최근에는 취업난과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청년 세대까지 편의점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오경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홍보팀장은 “구매단가의 상승과 1인 가구 증가, 가정간편식 소비 증가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올해 편의점 총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약 2조8000억원 증가한 23조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는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편의점의 은행지점 및 창구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매출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승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점포당 매출액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업계에선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판매 등 드럭스토어(헬스&뷰티 스토어) 기능을 흡수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현재 편의점과 드럭스토어가 함께 경쟁하고 있고 지난해 드럭스토어 시장 규모도 편의점의 60%까지 올라섰다”며 “한국은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에 비해 드럭스토어 시장이 작아 편의점서 이 기능을 흡수하거나 드럭스토어 형태의 신사업에 진출한다면 향후 수익성 개선이나 추가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