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양보는 없었다'...벤투 "정상적 선발' vs 김학범 "일본 부러워"

by이석무 기자
2021.05.24 13:32:24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음달 열릴 가나와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결국 통 큰 양보는 없었다. 국가대표팀 선발 우선 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24일 파주 국가대표훈련센터(NFC)에서 나란히 대표팀 명단 28명씩을 발표했다.

국가대표팀은 오는 31일 파주NFC에서 소집돼 6월 5일 투르크메니스탄, 9일 스리랑카, 13일 레바논(이상 고양종합운동장)과 차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경기를 치른다. 오는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대비하는 올림픽대표팀은 다음 달 12일과 15일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 평가전 2연전(이상 제주월드컵경기장)을 갖는다.

두 대표팀 일정이 겹치다 보니 선수 선발도 당연히 사전 논의가 필요했다. 특히 올림픽대표팀 연령에 포함된 선수들을 어떻게 차출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김학범 감독은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둔 만큼 벤투 감독이 전폭적인 양보와 지원을 해주기를 바랐다. 해당 나이에 속한 선수 및 와일드카드 후보들을 올림픽대표팀에 보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국가대표팀 우선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명단 발표를 앞두고 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과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벤투 감독을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결국 벤투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연령에 속한 원두재, 이동경(이상 울산), 송민규(포항), 정상빈(수원) 등을 대표팀에 호출했다. 대신 A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이승우(포르티모넨스),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전북) 등이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조율이 끝났다.

벤투 감독과 김학범 감독의 서로 다른 입장은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벤투 감독은 “이번 선수 선발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이었다”며 “우리가 원하는 선수를 평가한 뒤 선발한 뒤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이 가지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고 선수 개개인의 병역 혜택 의지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월드컵 2차 예선 3경기를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학범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고위층이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A팀 우선팀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며 “유럽에서 보기에 올림픽 대표팀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 일본은 다르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본은 와일드카드 포함해 완전체로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옆나라 일본을 부러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좀 부러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학범 감독 입장에선 벤투 감독의 고집이 섭섭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가나와의 평가전이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선수들을 시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조 1위를 차지해야만 최종예선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입장이 아니다.

게다가 대표팀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3월 한일전에서 0-3 충격패를 당했기 때문에 벤투 감독으로서도 최정예 멤버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 등 기존 핵심 자원들과 더불어 이기제, 정상빈(이상 수원), 강상우, 송민규(이상 포항)를 처음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김학범 감독은 와일드카드 선발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와일드카드 후보 선수들의 소속팀과 다 접촉하고 있는데 올림픽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선수들은 의지가 있지만 구단으로부터 확실한 답을 받은 것은 없다. 계속 진행형이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 6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출전 28명 명단

GK = 조현우(울산) 김승규(가시와 레이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구성윤(김천상무)

DF = 김영권(감바 오사카) 원두재 김태환 홍철(이상 울산) 박지수(수원FC) 김영빈(강원) 김민재(베이징 궈안) 이용(전북) 김문환(LA FC) 이기제(수원)

MF = 강상우 송민규(포항) 남태희 정우영(알 사드) 손준호(산둥 타이샨) 이재성(홀슈타인 킬)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경(울산) 손흥민(토트넘) 나상호(서울) 황희찬(라이프치히)

FW = 김신욱(상하이 선화) 황의조(보르도) 정상빈(수원)

◇ 6월 올림픽 대표팀 가나 평가전 출전선수 28명 명단

GK = 송범근(전북) 안준수(부산) 안찬기(수원)

DF = 강윤성(제주) 김진야 윤종규(이상 서울) 이유현(전북) 김태환(수원) 이상민(서울E) 정태욱 김재우(이상 대구) 설영우(울산) 이지솔(대전)

MF = 김동현(강원) 백승호(전북) 정승원(대구) 이승모 이수빈(이상 포항) 맹성웅(안양) 김진규(부산) 이강인(발렌시아)

FW = 이승우(포르티모넨스)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동준(울산) 엄원상(광주) 조영욱(서울) 조규성 오세훈(이상 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