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 vs 고정…대출자들 금리 선택 놓고 '골머리'

by김정남 기자
2019.09.19 06:00:00

좁아지는 고정·변동금리 역전 폭
국민銀 금리격차 0.49%P로 뚝
'변동금리 더 내려갈 것' 전망 우세
"금융시장 변동성 커 예측 어려워"
은행 직원들도 섣불리 추천 못해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직장인 김모(40·여)씨는 요즘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지 고민에 빠졌다. 1년여 전인 지난해 8월 한 시중은행에서 30년 만기 혼합형 주담대(첫 5년 고정금리·이후 25년 변동금리)를 통해 돈을 빌렸을 때 금리는 3.30%.

그런데 최근 주거래은행에 들러보니 고정금리가 2.5%대까지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창구 직원에 따르면 그대로 고정금리로 갈아탈 경우 250만원 안팎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는 대신 연 200만원 가까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고민은 아예 변동금리로 바꿀지 여부다. 김씨가 안내 받은 현재 주담대 변동금리는 2% 후반대다. 김씨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게 정상은 아닌 것 같다”며 “머지않아 변동금리가 더 낮아질 테니 무조건 변동으로 바꾸라는 주변의 조언도 많아졌다”고 했다.

김씨의 주거래은행 한 직원은 “요즘 국내외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고정금리로 할지 변동금리로 할지 쉽게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1년 넘게 이어졌던 고정·변동금리 역전현상이 완화하면서 대출자들의 고민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에 대응해 ‘돈 풀기’에 나서자 변동금리가 큰 폭 떨어지고 있고, 동시에 고정금리 대출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은 지난 17일부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기준)를 2.74~4.24%로 전월 대비 0.16%포인트 인하했다. 코픽스는 KB국민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KB국민은행이 한달새 0.16%포인트 내린 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이다.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자, 단기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테면 국내 예금은행의 7월 정기예금(6개월~1년 미만) 금리는 1.66%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1월 말 3.26~4.76%였던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가 어느새 2% 중후반대(하단 기준)까지 떨어진 이유다.

반면 주담대 고정금리는 올해 들어 처음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주 KB국민은행의 고정금리는 2.25~3.75%. 지난달 말(2.13~3.63%) 대비 0.12%포인트 인상됐다. 최근 속도조절 중인 주요 장기채권금리 변동을 감안한 조치다.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에 연동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1.593%에 마감했다. 역대 최저치 급락했던 지난달 16일(1.301%)과 비교해 0.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의 고정·변동금리 역전 폭도 줄었다. 현재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0.49%포인트 낮다. 올해 한때는 역전 정도가 1%포인트에 육박했는데, 점차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한은행은 최근 주담대 변동금리를 3.13~4.39%에서 2.97~4.23%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3.08~4.08%→2.92~3.92%)과 NH농협은행(2.67~4.18%→2.51~4.02%)도 각각 2% 중후반대로 진입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2.76~4.06%다.

변동금리는 앞으로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채권시장은 그 시기를 당장 다음달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대출 변동금리의 내림 정도가 커지고, 1년 넘게 지속된 ‘고정금리보다 높은 변동금리’ 기현상도 점차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 등에 따르면 올해 7월 가계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7.6%로 전월(49.2%) 대비 1.6%포인트 떨어졌다. 변동금리 쪽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대출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불확실하다보니 갈수록 금리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1%포인트 안팎 높았던 이상 역전현상은 점차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