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규제, EU보다 미국 따르자는 이유?[궁금한AI]

by함정선 기자
2023.05.20 12:32:34

미국서는 AI 규제 두고 청문회 열려
EU는 법안 마련해 초안 통과
국내서도 AI 법제화 논의 시작
산업계, 규제한다면 EU법안보다 미국 참고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울트론’은 아이언맨과 헐크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만든 최강의 AI 프로그램입니다. 헌데 울트론은 세상에서 일어난 많은 일을 학습하고 나더니 지구를 지키려면 인류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냅니다.

아이언맨을 비롯한 어벤져스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 결론은 울트론이 전쟁이나 기아,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스스로 ‘생각’한 결과입니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규제에 대한 논의로 떠들썩합니다. 미국에서는 의회 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청문회가 열렸고, G7 정상들도 모이더니 빠지지 않고 AI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네요.

유럽연합(EU)은 AI 규제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AI 프로그램을 4등급으로 평가, 분류한 ‘인공지능법(AI Act)’ 초안이 지난 11일 유럽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다음 달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한 이유는 어벤져스의 울트론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AI를 악용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기본이고, 스스로 학습과 진화를 거듭하는 AI가 인간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나 정치권에서의 가짜 뉴스 논란 등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AI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AI 법제화에 대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규제를 논하기에는 이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국내 사용자들이 오픈AI의 ‘챗GPT’나 MS의 ‘빙’과 같은 글로벌 유명 AI서비스를 이용하고는 있고, 구글이 ‘바드’에 영어 외 첫 외국어로 한국어를 지원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국내에서 관련 서비스가 화제가 될 만큼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언어적 장벽이 있기는 합니다. 또, 영어 데이터를 더 많이 학습하다 보니 국내 사용자에게 친숙하지 않은 점도 있죠. 이를테면 국내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엉뚱한 답을 하는 경우가 아직 많거든요.

아마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이 한국어로 된 AI 서비스를 내놓고 난 이후에야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AI 관련 논의들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부작용 사례도 늘어날 테고, 또 규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테니까요.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과 KT 등처럼 국내에서 AI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AI와 관련해서는 자율규제에 맡겨야 산업과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는 국가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단 세 곳뿐인데,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을 거냐는 거죠.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오는데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것도 사실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업계에서는 정 규제 관련 법안을 만들거면 유럽보다는 미국을 참고하길 바란다는 말이 나옵니다. 사실 우리 정부나 국회에서는 EU의 법안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째서 AI 관련해서는 미국을 참고하라는 요구가 나올까요.

이건 앞에서 얘기했듯 AI 관련 기술 개발을 세계에서 단 세 나라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전문가는 “미국에는 빅테크가 있지만, 유럽에는 없다는 것이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미국은 중국과 AI 기술 패권을 다퉈야 하기 때문에 AI를 규제하면서도 오픈AI와 구글 등 자국의 빅테크가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면, EU는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의 AI 법안을 만들었죠. 그래서 법안만 두고 보자면, EU의 법안이 사용자를 위해 합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빅테크로서는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이렇게 보면 산업계에서 EU보다는 미국의 법을 선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AI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 분명한 AI의 발전을 위해 우선은 부작용을 감수해야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