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막는 '자동심장충격기'로 세계시장 호령하는 씨유메디칼

by강경훈 기자
2017.11.30 06:05:00

[바이오프론티어]⑧씨유메디칼
2001년 창립 후 16년간 자동심장충격기 한우물
세계 6번째 아시아 최초 자동심장충격기 개발
품질관리 중점 연 1회 직원이 직접 점검
가정용 자동심장충격 출시로 가정 돌연사 막아

나학록 씨유메디칼 대표가 가정용 자동심장충격기 시스템 ‘헬스 가디언’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강경훈 기자)
[원주=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하철역·공항 같은 공공시설은 자동심장충격기(AED)가 갖춰져 있어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대처가 가능하지만 심정지 60~70%가 발생하는 가정은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 있다. 세계 최초 가정용 AED 시스템인 ‘헬스 가디언’이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를 막거나 후유증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씨유메디칼은 2001년 설립해 16년 동안 AED 한우물만 판 회사다. 창업자인 나학록(54)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전자회사와 의료기기 제조사에서 전자·전기제어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나 대표는 의료기기 회사 재직 시 환자 감시용 모니터를 개발하면서 선진국의 응급의료시장을 유심히 살펴보다 AED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확신하고 동료 연구원들과 창업했다.

AED는 응급실에서 심장마비 환자에게 쓰는 전기충격기를 휴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AED는 졸, 필립스, 메드트로닉 등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들만 만들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응급실 장면에 나오는 전기충격기와 AED의 기본 원리는 심장근육에 전기자극을 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으로 같지만 AED는 심폐소생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응급상황에서 쉽게 쓸 수 있다. 씨유메디칼은 설립 1년만에 AED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6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였다. 단순히 모방을 한 게 아니라 자체 기술로 구현하다 보니 부품 수도 필립스 제품이 350여개인데 비해 씨유메디칼 제품은 150여개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를 20여개 보유하게 됐다. 기술은 자신 있었지만 시장은 외면했다. 나 대표는 “하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시장의 인정은 전혀 별개였다”라며 “AED는 한 번 쓸 때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기계라 품질에 확신이 없으면 자신 있게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씨유메디칼 본사 로비에 전시된 다양한 AED.(사진=강경훈 기자)
당시 국내에는 AED 시장 자체가 전무했다. 매출 90%가 수출이었지만 시제품 판매 정도에 불과했다. 2007년 공항이나 공연장·지하철역·관공서 등 공공시설에 AED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2008년 의료기기 인허가 중 가장 규제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미식품의약국(FDA)과 일본 후생성 인증을 받으면서 본격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나 대표는 “설립 후 7~8년 동안 지속적으로 박람회에 참가해 제품을 알리는 등 AED에만 집중하는 회사로 인식되면서 바이어들이 찾기 시작했다”며 “제품은 좋은 것 같긴 한데 과연 회사가 망하지 않고 버티는지 지켜봤다는 얘기를 바이어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씨유메디칼은 AED를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7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필립스, 메드트로닉 같은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제품과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점유율 1~2위를 달리고 있다.



응급의료법 시행으로 국내 수요가 늘자 경쟁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가격경쟁이 심해졌다. 씨유메디칼은 가격경쟁보다는 품질로 승부했다. AED는 쓸 일이 없는 게 가장 좋지만 써야 할 상황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365일 24시간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의 인증을 모두 받은 회사는 필립스, 메드트로닉, 졸과 씨유메디칼 등 4곳에 불과하다.

씨유메디칼의 가정용 AED ‘헬스 가디언’.(사진=씨유메디칼 제공)
그는 5년 전부터 가정용 AED 개발을 구상했다. AED를 의무적으로 구비해야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심정지는 30~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70%는 가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가정용 AED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나 대표는 “국내는 고층아파트가 많은데 15층 이상에서 발생하는 심정지는 생존자가 거의 없을 만큼 취약하다”며 “심정지가 발생하면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AED를 써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AED는 5년 전 필립스가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 AED를 크기만 줄여놓은 형태라 수면 중에 심정지가 발생해도 옆 사람이 이를 알 방법이 없었다. 그는 “AED에 생체신호 측정센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씨유메디칼은 이달 초 본격적으로 가정용 AED 시스템 ‘헬스 가디언’을 출시했다. 가슴에 심박센서를 붙이면 심장박동을 측정해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이 데이터는 서버에 자동전송된다. 가슴에 붙이는 센서는 구부러지는 재질이라 착용감이 거의 없고 선 대신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심장박동에 이상이 감지되면 119를 비롯해 지정번호로 자동으로 전화가 연결되고 AED에 알람이 켜지면서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헬스 가디언은 이달 중순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의료기기 박람회 ‘메디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나 대표는 “IoT를 접목해 가정에서 일어나는 응급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어필했다”고 말했다.

씨유메디칼은 지난해 애플로부터 아이패드, 맥북, 아이맥 등 아이폰을 제외한 애플 전 제품에 대한 B2B 영업권을 확보했다. 씨유메디칼은 의료기관, 교육기관, 일반기업에 애플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의 수요가 상당하다. 간호사나 의사들이 환자 별로 종이 차트를 들고 다니는 대신 태블릿으로 환자의 정보를 불러와 건강상태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태블릿으로 구동하면서 교육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는 “단순히 영업 협력을 넘어 애플 제품을 이용한 스마트 헬스케어 솔루션 라인업 구축 등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AED 전문 기업에서 헬스케어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