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감독원'까지 만들어 규제…"시장 못이긴다"

by하지나 기자
2020.08.12 05:00:00

토지거래허가제·임대차3법 등 지자체·자치구 업무량 늘어
신속대응 한계, 정책 실효성…단일화·상설화 정부기구 필요성
집값 안정화 실효성에 의문…정책실패의 책임 전가 지적도

[이데일리 하지나 정두리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임대차3법 등으로 계속되는 규제로 쏟아지는 민원에, 단속업무에 할 일이 산더미다. 감시감독 기능 확대는 불가피하다.”(서울시 자치구 담당 공무원)

정부가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지나친 규제 정책이 결국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 확대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시장 투명화를 위해서는 감독 기구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있지만, 정부가 정책 실패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일부 투기 세력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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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늘면서 업무량 가중…관리·감독 한계

최근 정부의 규제 강화로 자치구 및 지자체에서는 업무 과중을 호소한 지 오래다. 한 자치구 부동산정보과장은 “아직 임대차3법에 대한 명확한 메뉴얼이 나오지 않았지만 쏟아지는 민원에 이미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인원을 한 명 충원하긴 했지만 지금 문의 전화만 소화하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자치구에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분기별 이상 거래 자료를 받아 매수인과 매도자, 중개업자에게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형태로 시장 교란 행위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토지거래허가제를 비롯해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무량이 늘었다.

서울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문의가 많은데 워낙 다양한 사례가 있다보니 지자체에서 임의적 법률적 해석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일화된 관리·감독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중개업자에 제한적으로 시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 교란행위를 하는 중개업자에 대해서만 조사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집값 담합 등 개인간의 불법행위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수사권한을 부여받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 감시 체계가 이원화되면서 사각지대 발생 우려도 있다.



중앙행정기관 역시 국토부, 금융위 등 각 소관부처별로 감독 대상 및 권한이 분산되면서 정부의 부동산시장 관리·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월 정부는 국토부 특별사법경찰 외에 경찰, 국세청, 금융위, 금감원, 감정원의 인력을 파견해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출범했지만 이는 한시적인 조직으로 조직 규모 자체도 15명에 불과해 근본적인 부동산 투기 근절에는 한계를 보였다.

당초 국토부에서는 부동산 불법행위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수준에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규제가 늘어나 관리 감독 필요성이 커졌고, 일개 부서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처럼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시장 투명화 긍정적” vs “전형적인 책임회피”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서 감독기구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수사 권한이 배제된 순수한 관리·감시 또는 정보 기구로서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검사 권한은 있지만 수사 권한은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하필 이런 규제 드라이브 과정에서 관리 감독까지 나오니깐 우려가 나오는 것 같지만, 금융위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이 수행하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부동산거래 과정에서 허위매물, 다운계약서, 편법증여 등 조사정보수집이 기구를 통해 획일화될 것 같다”고 봤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 이어 정부의 감독 기능까지 강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지나친 규제 강화가 관리 감독의 확대를 불러온 꼴인데, 감독 기구 설립이 집값 안정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특히 정부의 이번 감독기구 설립 발표가 정책실패에 대한 전형적인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부가 감독기구를 얘기한다는 것은 일종의 시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텐데 절대 시장은 조정할 수 없다”면서 “시장은 수요와 공급 관계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데 그 부분에 대한 관찰은 가능하겠지만 관리감독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니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두고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근본 대책은 아니다”면서 “20여차례 대책이 나왔음에도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원인 진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