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 금융하기는 더 힘든 나라"

by김정남 기자
2020.02.11 06:00:00

초대 금융위원장 역임 전광우의 쓴소리
"금융감독, 사전예방보다 사후징벌 쏠려"
"DLF 마찬가지…금융 기업가정신 어렵다"
"당국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입 너무 과도"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산업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금융하기는 훨씬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70)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금융감독 체계는 사전 예방적 감독이 중요한 것이지 사후 징벌적 규제는 최선이 아닌데, 한국에서는 그게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이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초대 금융위원장을 맡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최전선에 섰던 인사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민·관 요직을 거친 ‘국제금융 1세대’다.

전 이사장은 “미국 혹은 싱가포르의 금융감독기관은 피감기관이 방문하면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한다”며 “그게 선진국가”라고 했다.



그는 “사건이 터진 뒤 처벌하는 게 더 세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이런 식으론 금융산업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장은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당국의 금융사 중징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리스크는 관리 대상이지 회피 대상은 아니다”며 “위험과 수익은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정책목표 두 개 중 하나를 달성하려면 다른 하나는 희생하는 경우) 관계라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사의 무리한 DLF 영업에도 잘못이 있지만, 투자자 책임 원칙과 당국의 사전 감독 미흡도 짚어야 한다는 취지다.

전 이사장은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두고 사실상 ‘개입’에 나서는 관행을 두고서는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정할 일이라는 의미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분 구조를 보면 △신한금융 64.65% △KB금융 67.46% △하나금융 67.70% △우리금융 30.09% 등 모두 외국인이 다수다. 상황이 이런 데도 금융사들은 주주보다 당국 눈치를 더 보는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이 더 뛰어야 한다”며 “삼성전자 등이 있는 제조업 경쟁력과 비교해 금융산업은 너무 취약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