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피해 호소인?…진중권 "이 말 만든 사람 공개하라"

by황효원 기자
2020.07.16 05:04:44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한데 대해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 분 이름 공개하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날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며 “이 자체가 2차 가해”라고 했다.

그는 “이 용어를 만든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사회에서 매장을 시켜버려야 한다. 저 사람들, 짜고 하는 짓”이라고 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자’라는 명칭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민주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입장을 일방적 주장이라고 단정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 호소인의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도 이 대표는 강훈식 대변인이 대신 읽은 사과문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해 고소인’이란 표현을 적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전날 단체 입장문에서 ‘피해 호소 여성’으로,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피해 호소 직원’으로 불렀다.

‘피해자’라는 표현은 발견할 수 없었고, 이는 민주당이 오거돈 전 부사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보도 직후 피해 여성을 ‘피해자’라고 명시했던 것과 대비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지난 10일 박 시장 조문 당시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고 말했고, 이후 의원총회에서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을 혼용했다.

이를 두고 야권 등에선 민주당과 서울시가 박 시장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고 싶지 않아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며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우아한 2차 가해 돌림노래”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사과할 생각 없다. 그냥 이 국면을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있을 뿐”이라며 “사과의 진전성은 다가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성추행 사고를 친 세 곳의 지자체, 서울과 부산 충남에 후보를 내느냐 안 내느냐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