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급성장에 업계 상장 러시..잇단 IPO '훈풍'

by김범준 기자
2021.11.16 07:54:24

거리두기에 편의점 중심 가정용 주류시장↑
수제맥주 소비 늘며 판매량 3년새 3배 늘어
올해 5월 '제주맥주' 업계 최초 상장 이루자
세븐브로이·카브루·어메이징 잇단 IPO 바람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수제맥주 업계가 기업공개(IPO)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한 가정용 주류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 소비가 큰 폭으로 늘면서다. 수제맥주 생산 업체들은 여러 업체와 협업을 통한 콜래보레이션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이는 등 판매 호조와 인기에 힘입어 발 빠르게 상장 준비에 나서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 판매대에 제주맥주 ‘제주펠롱에일’ 캔맥주 제품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수제 맥주 판매량은 1180억원 규모로 2017년 430억원에서 3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3년까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37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커져가는 시장 속에서 ‘제주맥주’가 올해 국내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IPO에 성공했다. 그러자 ‘세븐브로이맥주’, ‘카브루’,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더쎄를라잇브루잉’ 등 주요 경쟁 업체들도 잇단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에서 최초로 IPO에 나선 곳은 ‘제주 위트 에일’로 유명한 제주맥주다. 제주 지역 영세 양조장을 기반으로 한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업체 중 처음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한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특별보증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지난 5월 코스닥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 174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약 5조8000억원의 증거금이 모이는 등 흥행을 이루면서 수제맥주 업계에 상장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5년 미국 뉴욕 유명 수제맥주사 ‘브루클린’과 합작 설립한 국내 최초 글로벌 수제맥주 회사다. 제주 한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슬라이스’ 등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 335억원과 국내 수제맥주 시장점유율 28.4%을 기록했다.

제주맥주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3월부터 인도, 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베드(Test Bed) 일환으로 소규모 수출을 진행했다. 이어 올해 8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동유럽 일부 국가에 수출을 확정하며 유럽 현지에 진출했다. 제주맥주가 유럽에 선보이는 맥주는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제주 거멍 에일’ 3종이다.



▲서울 시내 한 CU 편의점 주류 판매대에 세븐브로이맥주와 대한제분이 콜래보레이션 한 ‘곰표 밀맥주’ 제품이 진열돼 있다.(사진=BGF리테일)
‘곰표 밀맥주’로 히트를 친 세븐브로이맥주는 내년 하반기 증시 입성을 공식화하고 지난달 상장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했다. 세븐브로이맥주의 기업가치는 4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븐브로이는 지난 2011년 중소기업 중 최초로 맥주 제조 일반면허를 획득한 수제맥주 업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 연 매출은 약 650억원으로 전망한다.

세븐브로이는 소맥분 업체 대한제분과 콜래보해 큰 인기를 모은 곰표 밀맥주 외에도 ‘한강’, ‘서울’, ‘양평’ 등 지명을 활용한 자체 수제맥주 제품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특히 ‘강서맥주’는 지난 2017년 청와대 기업인 초청 호프 미팅에서 ‘건배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완공해 정식 가동에 들어간 경기 가평군 카브루(KABREW) 제4브루어리(양조장) ‘비전 브루어리’ 모습.(사진=카브루)
‘구미호 맥주’로 알려진 카브루(KABREW) 역시 오는 2023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브루는 지난 2000년 경기 가평군 양조장을 기반으로 설립한 국내 1세대 수제맥주 브루어리다. ‘구미호 피치 에일’, ‘구미호 릴렉스 비어’, ‘구미호 IPA’, ‘구미호 갓평’ 등의 캔맥주를 전국 마트와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GS25와 협업한 ‘경복궁’, ‘남산’ 맥주에 이어 세븐일레븐 및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굿 기분 좋은 맥주’도 최근 선보였다.

카브루는 지난 8월 경기 가평군에 신규 생산시설인 제4브루어리(양조장) ‘비전 브루어리’를 완공하고 정식 가동에 돌입했다. 최신식 양조 설비를 도입하고 전 공정을 자동화한 브루어리로 설립에만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약 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기존 브루어리 대비 두 배 이상의 설비 면적과 5배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춘 비전 브루어리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연간 약 3200만캔(500㎖ 캔맥주 기준) 생산이 가능해진다. 카브루는 대량 생산 기반으로 최근 가정용 주류시장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캔맥주 수요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대형화 및 전국화를 통한 외형성장과 수익성 확대를 바탕으로 IPO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진라거’를 생산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경기 이천 브루어리 내부 모습.(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성수동 맥주’로 통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3~4년 이내 IPO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어메이징브루잉은 ‘성수동 페일에일’과 ‘어메이징 라거’ 등 대표 제품에 이어 최근 오뚜기와 손잡고 진라면과 콜래보한 ‘진라거’도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국내 수제맥주시장에서 어메이징브루잉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10% 내외로 빠르게 성장하는 후발주자”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및 편의점 CU와 협업해 ‘불닭망고에일’을 출시한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최근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2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 유치액 75억원을 달성했다. 수제맥주 업계 후발 스타트업 업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는 “3년간 500억원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오는 2024년 IPO가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