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인물]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이상한 변명

by이슬기 기자
2019.02.16 07:00:00

국민연금 배당확대 요구에 "대주주 지분많아 부작용" 거절
차등배당으로 해결 가능…소액주주 "상장은 왜 해" 분통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추억의 유행가가 요즘 증권가에 울려 퍼지고 있다. 배당을 확대하라는 국민연금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남양유업(003920)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남양유업에 대해 배당을 확대하라는 취지의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배당정책 수립·공시에 대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 국민연금이 공개한 저배당 블랙리스트 중 한 곳이다. 2017년 기준 남양유업의 배당성향은 17%로 국내 상장사 평균인 33.8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배당확대를 압박했지만 개선이 없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을 빼든 이유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국민연금의 요구를 공개 거절했다. 배당을 확대하면 일반 주주보다 지분을 50%나 넘게 갖고 있는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훨씬 많으니 주주권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최대주주는 51.68%의 지분을 갖고 있는 홍원식 회장으로, 특수관계인(2.17%)의 지분율까지 합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총 53.85%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궤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서 문제라면, 홍 회장 등 대주주가 자신의 배당권을 양보하거나 포기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해 소액주주에 이익을 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차등배당 결의를 하고 대주주가 용인만 하면 가능한 문제다. 실제 상당수의 기업들이 차등배당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홍 회장이 오너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2013년만 해도 100만원을 웃돌았지만, 현재는 반토막 수준인 65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홍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주주행동주의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움직이는 최근의 시장 흐름과 정 반대다.

실제 한진그룹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올해 한진칼(180640)에 대해 첫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KCGI 의 압박에 못이겨 역대 최대 배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배당성향은 50% 수준으로 2015년 이후 최대규모다. 이처럼 시장은 과거에 미진했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달리고 있다.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요구를 거절한 날, 남양유업의 한 소액주주는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왜 괜히 상장해선 아깝게 타주주한테 배당을 주냐. 주식 다 걷어 매수하고 자진 상장폐지해서 개인회사로 두고 가족경영이나 하라”고 말이다. 홍 회장이 변화하는 시류에 맞게 마음을 바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