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비밀누설’ 검사 징계 나선 대검[검찰 왜그래]

by박정수 기자
2024.02.24 09:09:09

대검, 임은정 검사 법무부에 징계 청구
‘한명숙 모해위증’ 게시글…비밀엄수 의무 위반 등
임 검사 “소회 글이 비밀 누설이라니 씁쓸하다”
“SNS 통해 여론 판단 받을 문제인지” 부정적 시각도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대검찰청이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에 대해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습니다. 임 검사의 사회관계망(SNS) 글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외부에 공개해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임 검사는 다시 SNS에 글을 올려 징계 혐의에 반박하는 상황입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검찰청
‘한명숙 사건’ 배제 페북 글 써서

임 검사는 페이스북에 검찰총장 명의의 지난 19일자 ‘검사 징계 청구서’를 공개했습니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외부에 공개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했고, 감찰 사실 공표 절차에 의하지 않고 SNS에 공표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입니다. 또 공정성에 대한 오해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게시함으로써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2021년 3월 당시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던 임 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모해위증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게시물입니다.

3월 2일 임 검사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 배제됐다는 글을 게시했고, 대검이 “검찰총장이 임 연구관에게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고, 처음으로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 검사로 지정했다”는 해명했습니다. 이에 임 검사는 “조사는 검사인 제가 했다. 검사로서 업무 수행 중 범죄혐의 발견하여 수사 착수하겠다고 결재 상신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후 3월 4일 임 검사는 “검찰 측 재소자 증인들을 형사 입건해 공소 제기하겠다는 저와 형사 불입건하는 게 맞는다는 감찰3과장, 서로 다른 의견이었는데 총장님은 감찰3과장을 주임 검사로 지정했다”고 글을 게시했습니다.

대검은 임 검사의 3월 4일 SNS 글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외부에 공개해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또 공정성에 대한 오해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게시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했다고 본 것으로 전해집니다.

임 검사는 지난 22일 ‘검사 징계 청구서’를 공개와 함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징계 혐의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임 검사는 “2020년 하반기 ‘허정수 감찰3과장 등 무혐의 의견 vs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기소 의견’이라는 검찰 관계자발 언론 보도가 몇 달간 쏟아졌다”며 “그 검찰 관계자들이 아니라 그런 보도 이후 제 소회 글이 비밀 누설이라니 예상대로지만 황당하고 씁쓸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소위 ‘입틀막’ 시대가 참으로 서글프다”며 “누가 검사이고 검사란 무엇인가를 잘 알려주고 오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검찰청
SNS 통해 여론 판단 받을 문제인지

한편에서는 임 검사의 SNS 글 게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임 부장님 말씀대로 이미 검찰 관계자발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공론화된 사실을 쓰신 거라면 딱히 비밀이라고 할 것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해당 글에 비밀이라고 꼽자면 총장님 지시라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공표되거나 널리 알려지기 전 내용을 올리셨다면 당연히 비밀 누설에 해당되고 공무원으로서의 징계 사유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SNS를 통한 검찰 내부 사정을 게시한 것에 대해 지적하기도 합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임 부장이 정의로운 것은 알고는 있다”며 “다만 본인이 옳았다는 것에 대해 SNS를 통해 국민의 여론으로 판단 받을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 내부적인 결정이 잘못됐다면 불복하는 절차가 있고, 또 본인이 관철하지 못했다면 그건 자기가 감수해야 하는 문제”라며 “그거를 전혀 다른 장으로 끌고 와서 그렇게 여론 조성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적으로 판단해 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임 부장 SNS에 등장하는 동료 검사나 피의자, 피해자 등이 원치 않게 알려져 어찌 보면 명예훼손이 될 여지도 있다”며 “자신의 공치사를 위해 올리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건에 대한 결정을 주임 검사만이 내리는 게 아니라 결재 과정에서 차장검사 등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며 “물론 청탁 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음모론에 그칠 수도 있다. 주임 검사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이를 SNS에 올린다는 것은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났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