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타고 동남아 누비는 K-딸기…싱가폴만 88번 떴다

by이명철 기자
2021.06.19 10:00:00

코로나19로 항공화물 감소, 싱가포르 전용기 운행
올해 딸기 수출액 4900만달러, 연간 최대규모 예상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로 전세계 교역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도 우리 농식품의 해외 수출액은 크게 늘었다. 김치나 인삼 등이 신선식품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지만 딸기 또한 숨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부는 딸기 수송을 위해 전용기까지 동원하는 등 동남아 시장에서 ‘K-딸기’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업무협약을 맺은 대한항공의 항공기에 싱가포르로 수출할 딸기를 싣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5월 딸기 수출액은 4875만달러로 전년동기(3920만달러)대비 24.7%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10년 전인 2011년 1~5월(1100만달러)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상황에서 물류가 차질을 빚자 농식품 수출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배로 화물 운송이 가능한 인접 지역과 달리 비행기 항공 화물을 통해 수송하던 농가의 타격이 우려됐다. 해외 여행객들이 급감하면서 화물을 넣을만한 비행기 운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딸기의 경우 주요 수출국은 홍콩이었다. 2019년 딸기 수출액(5445만달러) 중 31.7%(1728만달러)를 홍콩이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619만달러), 태국(673만달러), 말레이시아(466만달러) 등 순이었다.

홍콩 등은 배로 운송이 가능한데 좀 더 멀리 있는 싱가포르에서 항공 운송을 요청했다. 싱가포르의 2019년 딸기 수출액은 138만달러에 불과했지만 딸기를 수출 스타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는 농식품부로서는 두 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003490)과 aT, 딸기 수출통합조직인 케이베리 등과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싱가포르에 딸기 전용 항공기를 띄우기로 했다.

딸기 수확기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투입한 싱가포르 수출 딸기 전용기는 총 88회다. 이를 통해 같은기간 싱가포르 딸기 수출 물량 1050.6t의 91.2%인 958.7t을 수송했다. 싱가포르 딸기 수출액은 같은기간 21% 증가한 1523만 5000달러를 기록해 한국산 딸기의 수출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싱가포르 고급 유통업체 집중 마케팅과 고가 한국산 딸기 판매 등을 통해 현지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할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딸기의 싱가포르 수출 단가는 kg당 14.5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5달러 올랐다.

올해 5월 누계 기준 딸기 수출액을 국가별로 보면 싱가포르는 1220만달러로 홍콩(1700만달러)에 이어 2위로 올랐다. 전용기 투입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싱가포르를 주요 딸기 수출국으로 확보한 것이다.

앞으로도 딸기 해외 진출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이달 18일부터 한국산 딸기 생과실의 필리핀 수출 검역요령 고시를 제정·시행함에 따라 필리핀 수출 길이 열렸다.

앞으로 한국산 딸기를 필리핀으로 수출하려면 생산자조직 대표자가 수출단지를 검역본부에 사전 등록하고 재배농가는 농산물우수관리(GAP)를 이행하면 된다.

노수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향후 홍콩·태국·베트남 등 주요 국가의 프리미엄 시장을 확보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