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성냥개비'처럼 기꺼이 녹아들다…김소형 '피플-창'

by오현주 기자
2022.08.25 07:43:10

2022년 작
형형색색 '군상'의 일원으로 선 사람들
밋밋한 풍경에 생명력 불어넣는 존재로
물감 튜브서 바로 짜내 도톰함 입혀내

김소형 ‘피플-창’(2022·사진=갤러리나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머리는 까맣고 몸통은 알록달록하다. 멀리서 보면 총천연색 성냥개비 같기도 하다. 상자에 차곡차곡 쌓인 채 열을 맞춘, 별다른 특징 없이 키만 들쭉날쭉한. 하지만 조금씩 다가서면 다른 장면이 보인다. 눈·코·입이 제각각인 독특한 개성으로 말이다.

작가 김소형(52)은 사람을 그린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닌 무리지어 모인 ‘군상’이다. 이들은 때론 가로줄을 맞춰 서기도 하고 때론 사선이나 물결로 도열하기도 한다. 가로든 물결이든 사실 작가의 군상이 행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하나의 성냥개비로 기꺼이 풍경에 녹아들 뿐이다. 간혹 거푸집 같은 정해진 틀에서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기도 하는데, ‘피플-창’(People 10-104: Window·2022)에 든 이들처럼 말이다.



작가의 독특한 ‘사람그림’이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저 무채색 콘크리트벽에 불과했을, 밋밋하고 거칠기만 했을 풍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게 결국 사람, 그것도 형형색색 군상이란 걸 한눈에 펼쳐내고 있으니. 초기에는 오브제로 인형을 만들어 붙였단다. 도톰한 그들을 물감으로 표현하면서 요즘의 사람 모습이 나왔다는데. 붓 댈 틈도 없이 튜브에서 바로 짜내 ‘볼륨’을 심었다.

9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피플: 색색의 행복’(People: Colorful Happiness)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혼합재료. 45.5×45.5㎝. 갤러리나우 제공.

김서형 ‘피플’(People 6-73·2022), 캔버스에 아크릴, 41×27.3㎝(사진=갤러리나우)
김서형 ‘피플-소풍’(People 20-13·2022), 나무에 혼합재료, 72.7×60.6㎝(사진=갤러리나우)
김서형 ‘피플-선’(People 10-112·2022), 캔버스에 아크릴, 45.5×45.5㎝(사진=갤러리나우)
김서형 ‘피플-분홍나무’(People 30-80·2022), 캔버스에 아크릴, 65.2×91㎝(사진=갤러리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