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를 기회로 만든 지스타…'넌 감동이었어'

by노재웅 기자
2020.11.23 05:02:40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역대 최초로 비대면으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0’이 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지스타를 주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개막 두 달 전인 9월, 오프라인 병행 개최 계획을 철회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행사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E3 등 유수의 게임쇼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개최를 취소한 것과 상반된 결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사이 몇몇 게임쇼들은 지스타처럼 온라인으로 전환해 다시 개최하기도 했다. 독일 게임스컴은 작년부터 도입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온라인 행사를 열었고, 반면 일본 도쿄게임쇼는 서버 문제와 커뮤니티 공간 부재 등의 아쉬움을 남기며 혹평을 받았다.

서버 관리와 콘텐츠 구성 기획력이 게임전시회에서 흥행의 척도가 된 가운데, 지스타도 새로운 비대면 시대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시험대에 올랐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첫 온라인 방송 시도임에도 개막 첫날인 지난 19일 온라인 방송 트위치로 생중계한 ‘지스타TV’ 누적 시청자수는 39만5131명으로 집계됐다. 개별 시청자를 뜻하는 고유 시청자 수는 23만693명을 기록, 지난해 총 지스타 방문객 수인 24만명을 단 하루 만에 달성했다. 둘째 날인 20일에도 지스타TV는 실시간 동시접속자 5000명 안팎을 종일 유지하며 국내 트위치 전체 시청자 수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스타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협회의 의지와 이에 힘을 보태기로 나선 몇몇 국내 게임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등을 돌릴 때 위메이드가 국내기업으로는 3년 만에 메인스폰서로 참가하며 행사 개최를 응원했고,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 중에선 넥슨이 업계 맏형 역할을 자처하면서 지스타로 복귀해 흥행몰이에 힘을 보탰다.

누군가는 지스타TV 편성표를 가리켜 프로그램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지만, 개막 이면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 정도라도 마련한 것이 대단하다고 손뼉을 쳤다. 대부분의 게임 팬들 역시 질타보단 위로와 응원을 보냈다.

특히 개막식에 줌으로 접속한 온라인 참관객들이 지스타 응원봉을 흔들며 대한민국 게임을 응원하는 이색 장면을 연출한 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참가기업들의 땀과 수고를 알아주고, 부족하지만 한국 게임을 사랑하기에 온라인 지스타를 찾아준 게임 애호가들의 애틋함은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인(人)들을 위로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