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의 세계]③커지는 시장…판매자도 구매자도 주의 또 주의

by김무연 기자
2020.05.22 05:30:00

개인 간 거래가 많아 구매자 피해 시 구제 어려워
리셀러들만의 커뮤니티 이용하거나 전문 앱 사용 조언
해외직구 리셀, 밀수 또는 관세포탈로 적발될 수도
리셀 플랫폼 자리잡으면 부작용 해소할 수도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리셀(Resell·되팔기)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한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순기능 못지않게 시장 교란 문제, 정보 비대칭성, 소비자 보호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처럼 리셀 관련 플랫폼이 자리 잡으면 시장의 부작용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리셀은 단순히 중고 상품을 되파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수량이 한정된 제품을 구입해 프리미엄을 얹어 차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판매자는 이윤을 얻을 수 있고 구매자는 구입이 힘든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다만 리셀 상품 구매자들 가운데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된다. 아직 국내 리셀 상품 거래는 공신력 있는 사업자나 플랫폼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 간 거래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서 피해자 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 간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정보 비대칭성이 커 제대로 된 상품을 사기 어려운 시장인 셈이다. 또 제품이 불량하거나 가품일 경우 소비자원 등 제도권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원은 사업자과 개인 간 분쟁을 중재하는 곳이므로 원칙상 개인 간 거래에 개입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정판 리셀 제품을 사고자 하는 일부 소비자는 자신들만의 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한정판을 구매하는 사람끼리 거래하면 가품이나 품질 불량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 시 시세를 비교해주는 전문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셀러는 “리셀 상품을 사고 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정보”라면서 “인터넷 중고거래 장터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의 개인 거래로 상품을 구입하면 덤터기 쓰기 십상이므로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주요 리셀러들의 인스타그램 등을 참조해 정보를 사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직구로 리테크(리셀+재테크)를 하려는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직구 상품을 국내에서 되파는 것은 엄연한 위법행위이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 상품을 본인이 사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판매하면 밀수 혹은 관세포탈로 간주해 처벌받는다. 해외 직구 물품을 재판매하려면 정식 통관절차를 밟고 그에 따른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2018년 기준 관세청에 접수된 해외 직구 리셀 신고는 1185건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리셀 시장을 타깃팅 한 플랫폼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리셀 전문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 구제 등도 비교적 손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한정판 리셋 플랫폼 ‘엑스엑스블루’.(사진=엑스엑스블루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국내외 플랫폼 업체들은 성장하는 리셀 시장을 잡기 위해 앞다퉈 리셀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 또한 지난 3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을 출시했다. 크림은 실시간 시세 그래프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문 검수팀의 정품 인증을 거쳐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 또한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 관계사 서울옥션블루 또한 한정판 상품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엑스엑스블루(XXBLUE)’를 운영 중이며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리셀 문화 형성을 위해 지난달 2명의 임원을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내 리셀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게 사실”이라면서 “정보의 부재 등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겨냥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 현재 리셀 시장의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