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문화재 돋보기]금동불의 마지막 대작 '금동아미타여래상'

by김은비 기자
2020.10.28 06:00:00

정은우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美 클리블랜드미술관 대표적 불상
"작은 연꽃가지 표현 및 보살 구성 흥미로워"

19만 3136점. 지난 4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파악한 해외 소재 국내 문화재 현황이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 있는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해외 박물관에서 소장하거나 해당 국가의 보물로 지정돼 있어 가져오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이 같은 국외소재문화들은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 문화재를 기억하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에 어떤 것들이 있고, 이들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차례로 연재해 소개한다.<편집자주>

[정은우 동아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지난 2015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을 처음 봤다. 높이 40.6cm의 큰 규모에 우수한 조각 기술과 단정하고 아름다운 조형적 예술성을 갖춘 매운 드문 사례의 이 삼존상에 대한 첫 느낌은 ‘근엄하다’였다.

1916년에 개관한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미술관은 고대 이집트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다양한 회화, 조각, 공예품을 소장하고 있는 유명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불교조각은 적은 편이지만, 그 중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은 미술관의 수많은 소장품 중에서도 단연 최고 중 하나로 꼽힌다.

관음과 지장보살로 구성된 삼존불 형식, 민머리의 지장보살과 백의관음, 여래상의 왼쪽 가슴에 잡힌 삼각형 주름 등에서 삼존상은 조선초기 15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15세기를 기점으로 대형 금동불 제작의 전통이 거의 사라진다는 점에서 금동불상의 마지막 대작이라고도 부를 만하다. 15세기 이후에는 나무와 흙, 돌로 만든 불상 제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사진=클리블랜드미술관)
현세의 고통 구제와 후세까지 담은 삼존상 구성

이 삼존상은 랭던 워너(Langdon Warner, 1881~1955)라는 미국의 당시 유명한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가 우리나라에서 수집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2020년 말에 도록 형태의 실태조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삼존상은 본존불인 엄지와 중지를 구부려 설법인을 한 아미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백의관음과 지장보살이 협시했다. 지장보살상은 체발을 한 민머리로 승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관음은 보관에 화불이 있고 원래는 옷을 머리부터 두른 백의관음이다. 관음과 지장은 한 다리를 밑으로 내린 반가좌 자세에 관음보살은 오른손은 무릎에 대고 왼손은 바닥을 짚어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을 취했다.



본존불인 아미타불의 협시보살로 관음과 지장보살이 등장하는 구성은 매우 흥미롭다. 관음은 자비로서 중생 구제를 목적으로 하며, 지장보살은 참회를 통해 죄업을 소멸하고 지옥에서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보살이기 때문이다. 지장보살이 들고 있는 보주는 여의주, 여의보주라고도 부르는데 용의 뇌 속에 있는 신비의 구슬로서 그 광명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풍족해진다는 보물이다.

즉 이런 삼존불 구성은 현세의 고통과 지옥 구제, 소원 성취 등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 아미타불은 극락왕생을 책임지니 현세에서의 아늑한 평안함과 죽은 뒤의 세계까지 모두 책임지는 구원적 측면에서 이보다 더 막강한 구성은 없을 것이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 본존불 확대 모습(사진=클리블랜드미술관)
정교한 연꽃줄기와 대좌…“놀랍도록 섬세”

조형과 예술적 측면에서 삼존상이 앉아 있는 대좌도 매우 흥미롭다. 대좌는 중앙에 위치한 본존불을 받치고 있는 사각의 단을 중심으로 연꽃 가지가 뻗어 본존불의 연화좌로 연결되고 다른 가지들이 협시보살상으로 연결되는 기술적으로 제작하기 어려운 참신한 구성을 보인다. 또 잎사귀까지 묘사한 정교한 연화와 연꽃줄기를 휘감고 올라가는 연꽃가지까지 표현한 세부의 장면에서의 섬세함이 놀랍다. 이는 시각적으로 야외에서 보는 연화와 그 가지들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작가적 시각의 표현 의도로 풀이된다.

균일한 주조 두께와 잘 다듬은 표면 공정, 일정한 영락 장식, 보관의 당초문과 화불, 대좌와 분리돼 밑으로 흘러내린 불보살이 입은 부드러운 옷자락 등 정교함이 강조된 연출에서 제작기술의 우수성도 돋보이는 특징이다. 이는 고려후기부터 대량으로 제작하는 중대형 금동불 제작의 기술적 전통의 완성과 계승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의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은 세 구 모두 뒷면에 직사각형의 복장물을 넣고 막았던 구멍이 크게 남아 있지만, 현재 내부는 비어 있어 안에 넣어졌던 물건들은 모두 없어진 상태다.

도금은 거의 벗겨져 흔적만 남아 있으며, 연화대좌 가운데 본존불과 보살상으로 연결되는 작은 연꽃가지들은 많이 부러지고 없어져 오랜 세월에서의 훼손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의 조형적 완성도와 주조기술은 조선 초기 15세기를 대표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다.

랭던 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