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에 메르스때만큼 악화한 소비심리.."더 나빠질 수도"

by김혜미 기자
2020.02.25 06:00:00

2월 소비자심리지수 7.3포인트 하락..역대 3번째
경제상황 인식 추락..경기판단·전망 두자릿수↓
정부 12·16대책에 주택가격전망도 2개월째 하락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전월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12.7포인트)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11.1포인트)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큰 폭 하락한 것이다. 지난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유행 당시 낙폭과 비교하면 -7.3포인트로 동일하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가운데 현재생활형편과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이들 지표의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9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두고 이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이번 달 CCSI는 4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경기관련 지수가 하락했고,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동향지수를 구성하는 6개 항목 중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가장 급격히 추락했다. 현재경기판단(66)과 향후경기전망(76)은 각각 전월대비 12포인트와 11포인트 하락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91)과 생활형편전망(93)은 전월대비 각각 2포인트와 4포인트 내렸다. 가계수입전망(97)과 소비지출전망(106)은 모두 전월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CCSI에 포함되지 않은 지수들도 대체로 내렸다. 주택가격전망은 전월대비 4포인트 내린 112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시행 등의 여파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물가수준은 2포인트 하락한 137을 나타냈다. 향후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포인트 하락한 1.7%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인식은 1.8%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번 조사가 코로나19의 본격 확산 이전인 2월10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만큼 추후 소비심리는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는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심각해지기 직전까지의 수치로 볼 수 있다. 사실상 반영이 덜 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