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성지 런던을 가다]①규제기관→업계멘토..핀테크 전진 기지 된 '런던'

by김유성 기자
2018.03.08 06:00:00

규제 기관인 영국금융감독청까지 민영화 업계 소통 강화
'규제 샌드박스' 내세워 업계 '조언자' 자처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영국 런던에 둥지를 튼 블록체인 스타트업 BTL. 캐나다 벤쿠버에서 창업해 영국 런던에 지사를 뒀다. 이 스타트업에게 런던은 글로벌 전진기지다. 런던의 BTL 사무실을 찾았을 때 가이 할포드 톰슨 창업자는 “우리는 블록체인을 사업화해 매출까지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 단계이지만 BP 등 대형 석유회사 거래 시스템으로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램을 납품한 것.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이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런던과 밴쿠버를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블록체인 기반 거래 시장을 선점했다.

2월말 찾은 런던은 세계 핀테크 스타트업의 전진기지이자 성지로 뜨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통적인 금융 중심지였다는 점, 영어 모국이라는 이점 외에도 런던은 창업에 나서거나 사업하기 편한 곳으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었다. 스타트업들은 규제 무풍지대 속에서 발빠르게 자신들이 만든 핀테크 서비스를 신속하게 시장에 선 보였다.

이런 배경에는 먼저 2014년 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규제 샌드박스(Sand Box)’가 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창업자 등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셀린 브라운 에인핀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런던이 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원 격인 영국금융감독청(FCA)도 큰몫을 한다. 보통의 나라들과 달리 민영화된 FCA는 영국 정부의 핀테크 진흥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규제를 통해 신규 아이디어를 옥죄기보다는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자리를 잡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런던에서 만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레벨39’의 벤 브라빈 대표는 “스타트업에 있어 FCA는 감독보다는 멘토 역할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런던이 핀테크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데는 민간과 정부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정부 기관 내에는 금융업계 고위 임원 출신이 다수 있다.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 정부의 일을 하며 업계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하다보니 막히는 것이 별로 없다. 엑센트리(XnTree)의 김종한 부대표는 “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 많다보니 업계와의 의견교환이 원활하다”고 말했다. 런던 핀테크 스타트업이 빠르게 사업화를 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비결이다. 창업과정 또는 창업 이후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절차나 소통의 문제로 사업을 중간에 접는 일이 비일비재한 한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목이다.

자료 : PitchBook (2017년 수치는 2017년 10월 근거 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