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4곳 "올해도 원자잿값 오를 것…공급망 충격 우려"

by최영지 기자
2023.01.29 11:00:00

전경련 '2023년 기업 원자재·공급망 전망' 조사
러·우 전쟁 장기화 및 원자재 수요 확대 여파
62.7% "공급망 상황도 지난해와 유사할 것"
"정부, 세심한 모니터링 및 정책적 지원 필요"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올해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이 원자재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정성 지속 등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원자잿값이 오르면 공급망 여건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부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료=전경련)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금융권 제외·총 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2023년 주요 기업 원자재·공급망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42.7%는 올해 글로벌 원자재가격이 상승(매우 상승 4.7%·다소 상승 38.0%)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는 기업은 29.3%였으며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8.0%였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 기업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28.1%)’와 ‘팬데믹 리스크 감소에 따른 수요 확대(28.1%)’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또 26.6%의 기업이 ‘미국 긴축 지속으로 인한 환율 상승 우려’를 상승 원인으로 지목, 불안정한 금융환경도 원자재 가격 전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예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절반 이상(54.8%)이 경기침체로 산업 수요가 감소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본 것이다. 이어 ‘현재 원자재 가격 수준이 너무 높음(28.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9.5%)’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원자재 구매·수입 관련 금융·세제 지원(28.8%)’을 꼽았다. ‘환율·금리 등 거시경제지표 안정화(26.1%)’, ‘원자재 가격 및 수급 정보 제공(14.4%)’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자료=전경련)
올해 상반기 공급망 여건이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고 응답(62.7%)한 기업이 가장 많았으나 악화할 것으로 보는 기업도 19.3%로 조사됐다.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18.0%에 그쳤다. 기업들은 공급망에서 가장 우려되는 위험 요소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 변동(29.2%)’과 ‘금리 인상, 환율 변동성 등 금융·외환의 불안정성(17.2%)’을 꼽았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기업들이 올해 원자재 가격 변동을 가장 큰 공급망 리스크로 꼽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뿐 아니라 공급망 불안도 상당 기간 지속하며 악재가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응답 기업의 13.3%는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해 해외에 있는 생산·사업 거점의 국내 유턴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대책으로 ‘공급처 다양화를 통한 재료·부품 조달(37.7%)’, ‘공급망 전담 조직 및 인력 강화(15.4%)’에 나서고 있었다.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는 ‘물류 애로 완화 및 운임 안정화 지원(28.2%)’을 꼽았다. 이어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 제공 및 지원(22.0%)’,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14.6%)’ 순으로 정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모니터링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