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내린 급매도 출현…코로나19에 주택시장도 ‘흔들’

by김미영 기자
2020.03.12 06:00:00

23억 반포래미안퍼스티지, 20억대 급매 등장
재건축단지 속한 자치구들, 분양가상한제 유예 연장도
“12·16대책 이어 코로나19 충격…시장 불확실성 커져”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코로나19로 집 보러 오는 사람도 없으니 초조해지는 것 같다.”

서울 서초구의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전용 59㎡짜리에서 최근 20억원 초중반대 매물들이 등장했다. 이달 6일 실거래가인 23억원(26층)보다 2억원 넘게 낮은 가격이다.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매물의 호가를 다시 낮추는 사례도 잇따른다. 21억 5000만원에 내놨다가 거래가 안돼 5000만원을 내리거나, 21억원에 내놓은 지 며칠 만에 2000만원 내린 경우 등이다. 서초구의 L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억8000만원에 내놨다가 4000만원 내린 급매도 있다”며 “경기가 안 좋은데 코로나19로 집 보러 오는 사람도 없으니 집주인들이 초조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 들고 있다. 특히 강남권에서는 재건축과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가 출현하고 아파트 값이 하락하는 등 주택시장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 3구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강남구의 아파트값 변동률이 1월 마지막 주 마이너스 0.03%에서 이달 첫째 주 마이너스 0.08%로 떨어지는 등 낙폭이 서서히 커지는 흐름이다. 서울의 분양경기실사지수도 2017년 9월 첫 조사이후 최저치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16대책의 여파 속에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도·매수자 모두 심리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팬더믹으로 이어지고 장기화된다면 경제적 충격이 상당해져 자산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도 장기적으로 구매 수요의 심리적 위축과 거래시장의 하방압력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단지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 4월 말 민간택지 분양상한제 시행 전에 입주자모집공고까지 마치기 위한 조합총회를 강행할지 기로에 놓여서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대규모 인원의 모임 자제를 강권하지만 총회 연기로 4월 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을 경우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판이다. 이에 강남구, 은평구, 동작구 등 자치구들이 분양가상한제 시행 연기를 요구하고 국토교통부도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서울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