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의 세계]⑤이 번호는 '로또 1등' 되나마나…

by윤종성 기자
2015.02.20 06:10:33

'4-11-18-25-32-39'패턴, 회차당 평균 1만회 ↑
100억 당첨돼도 1만명이 100만원씩 나눠가져



매년 설이 되면 가족, 친지들과 함께 일출명소를 찾거나 신년운세를 보면서 행복과 행운을 기원한다. 설 명절이 되면 서로 ‘복(福)을 빌어주는 전통 때문인지, 이 날 만큼은 복권에 대한 관심 또한 뜨겁다. 하지만 정작 복권에 대해 아는 상식은 많지 않다. 이데일리는 복권의 기원부터 시장 실태까지 다양한 주제로 복권을 다뤘다.<편집자 주>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직장인 김 모씨는 퇴근 후에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1만원을 내고 담배 두 갑을 산 김 씨는 거스름돈으로 받은 1000원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또 1게임을 구매했다. 본인이 직접 숫자를 찍기로 한 김 씨는 아무 생각없이 정중앙에서 아래로 한 칸씩 내려 숫자를 체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번호는 ‘4-11-18-25-32-39’. 김 씨는 “어차피 확률은 다 똑같은 것 아니냐”면서 “쉽게 손이 가는 번호를 찍었다”고 말했다.

만약 김 씨가 ‘4-11-18-25-32-39’의 6개 숫자로 1등에 당첨이 된다 해도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생각보다 상당히 적을 것이다. 김 씨처럼 ‘4-11-18-25-32-39’의 번호를 적어내는 사람이 회차당 평균 1만명이 넘기 때문이다.

20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 등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동선택 조합을 조사한 결과, ‘4-11-18-25-32-39’ 번호를 선택한 횟수는 총 57만5704회로 집계됐다. 회차 평균으로 따지면 1만100회다.



예컨대, 1등 당첨금 100억원이 걸린 회차에서 ‘4-11-18-25-32-39’이 당첨됐다고 해도 회차당 평균 값으로 당첨금을 나누면 한 사람당 약 99만원씩 가져간다는 얘기다. 여기에 자동으로 ‘4-11-18-25-32-39’ 번호가 걸린 사람들까지 더하면 당첨금액은 더 쪼그라든다.

1등이 당첨된다 해도 기쁨은 잠시 뿐. 당첨금액을 알게 된다면 실망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당첨도 중요하지만 당첨된 사람이 적을 수록 유리한 로또의 특성상 ‘4-11-18-25-32-39’번호는 사실상 1등 당첨이 된다 해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번호다.

‘4-11-18-25-32-39’ 다음으로 수동선택 조합이 많았던 번호는 앞번호부터 하나씩 적은 ‘1-2-3-4-5-6’이다. 이 번호를 선택한 횟수는 총 56만2632회로, 회차 평균 9871회에 달했다. 이밖에 오른쪽 끝 번호에서 아래로 한칸씩 내려 적은 ‘7-14-21-28-35-42’ 번호는 회차 평균 8642회로, 세번째로 많은 수동조합으로 꼽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차피 어느 숫자든 당첨 확률이 다 똑같다는 생각으로 손 쉽게 번호를 찍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당첨금을 나눠갖는 로또 시스템에서 사람들이 애용하는 패턴으로 번호를 적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 나눔로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