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급변하는 세계질서…무엇을 할 것인가

by최은영 기자
2020.06.04 05:00:00

코로나가 기존 질서·가치 완전히 바꿔놔
글로벌 공급망 격변···산업구조 재정비 절실
응용기술보다 지식·지혜의 창출이 중요해져
산업·부문별 인재양성 계획도 백지검토 필요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3월 30일 전해진 뉴욕의 풍경은 악몽 그 자체였다. 6분에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센트럴파크에는 야

전병원이 들어섰다. 세계 최대 마스크 제조회사인 3M 본사가 미네소타에 있었지만 의료진을 위한 최소한의 마스크도 생산하지 못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생산기지는 일찍이 미국 밖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식량안보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길어지는 지역 간, 국가 간 격리 속에 물류가 중단되고 식량가공업 노동자의 일손은 부족해졌다. 자연히 국제 식량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식량 수출국은 빗장을 걸어 잠갔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세계의 공장, 세계의 곡창지대. 언제까지나 우리를 하나로 단단하게 엮어 줄 듯 보였던 ‘글로벌 경제 블록’은 이번 사태로 와르르 무너졌고 자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신보호무역주의는 점차 강해지고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무역 질서는 새로운 판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코스트(가성비)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 판단이 적용된 ‘코로나 경제 블록’이 탄생하리라. 우리도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비 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산업구조에 대한 분류와 인식을 다시 하는 서플라이체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세계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기보다 분할하여 보는 관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초 연결, 한편으론 자국 내에 모든 것을 두어야 하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 공동체-글로벌 서플라이 체인(Global Supply chain), 에어리어 서플라이 체인(Area Supply chain), 내셔널 서플라이 체인(National Supply chain)이 형성되고 세계 물류 이동 네트워크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예를 들어 내셔널 서플라이 체인의 경우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비즈니스를 지정하고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통해 국내에 유치해야한다. 설사 사회적 부담을 통해 가격경쟁력 확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에어리어 서플라이 체인은 인접 국가 등 역내 협조가 필요한 영역에서 소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은 삼성과 현대 같이 특정 산업분야의 글로벌 강자를 양성해야 한다. 다만 공급 체인 다원화 방안에 대한 전략이 다시 수립되어야 한다. 물론 해당분야 인재양성과 노동경쟁력, 생산성, 사회적 지원은 생존과 혁신을 위한 기본 조건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둘째, 응용기술의 나라를 넘어 지식과 지혜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원천기술에 비하면 아이디어와 창조는 끝없는 블루오션이다. 특히 감성적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기에 성장성 또한 무한하다. 산업영역에서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한데, 우리는 이미 검증된 특별한 장점을 가진 여러 가지 산업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검증된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반도체, 온라인게임, 전자제품 등과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으로 대변되는 K컬처가 그것이다. 한국 미술은 어떨까. 국력과 예술의 값은 비례하기도 하니 말이다. 회화만 해도 100호짜리 작품 한 점이 10만달러(1억2000만원)를 훌쩍 넘는 경우도 많은데 실제 소요된 종이와 붓, 물감 값은 얼마일까. 결국은 다른 가치다. 우리는 지금 세계를 제패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뒤쳐져 있다. 이를 극복할 방안도 절실하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무형가치의 최대화가 또 다른 길이다.

셋째, 산업별 규모별, 부문별 인재양성 계획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는 비슷한 양상의 팬더믹이 주기적으로 올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것이 각 나라의 경제, 사회, 인력 운영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한 국가별 생존 전략, 산업 전략이 세워져야 하고 그 기조에 따른 인재 전략이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산업구조재편에 따른 인력 양성 계획이 그것이다. 대외 수출 기반을 견고히 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인력과 자국 내 생존을 위한 인력을 구분하여 양성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의료 인력과 시스템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사진은 지난 3월 29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동안 계속될 지역 간, 국가 간 격리로 리소스의 이동은 물론 사람의 이동까지 상당히 제한될 것이고, 이는 자유로운 노동의 이동시대에서 우수한 노동의 이동시대로, 코스트 중심보다는 부가가치 창출 중심의 인력이 훨씬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보다 촘촘하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 30년 동안 논란이 되어온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겠다는 정책도 최근 검토되고 있다. 또 이번 사태에서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의료 인력에 대해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심을 끌어내게 되었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경험과 준비, 의료계의 인재집중과 의료인의 가치인 헌신과 열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가적 인력 운영의 틀과 미래 산업 발전에 대비한 양성 전략이 국가의 생존에 꼭 필요한 준비와 대처라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 사태에서 배우는 인재 운영 전략이다.

이전과 같은 미래는 없다. 코로나는 변화를 더욱 앞당겼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 입국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체되고, 생각지 못한 곳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사회적 여건도 중요하다. 독일 여당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일자리 확충을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고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 제안서를 내놓은 것이다. 우리 경제도 22년 만에 역성장 위기를 맞이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임금, 노동생산성, 노동환경 등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특단의 대책(한시적이라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우리는 강소국이든 선진국이든 선도국이든 그 길을 갈 수 있고 이제 G3의 꿈도 키워가야 한다. 이제 또 다른 기회다. 어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