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1만 4천년을 산 남자의 이야기 <맨 프럼 어스>

by플레이DB 기자
2014.11.08 07: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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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죽음과 폭력으로 점철된 인간의 역사를 1만 4천년간 그대로 목도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에게 남은 희망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연극 <맨 프럼 어스>가 지난 6일 개막했다. <맨 프럼 어스>의 제작진은 개막 당일 공연에 앞서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맨 프럼 어스>는 역사학 교수인 존 올드맨이 동료 교수들에게 자신이 1만 4천년간 죽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벌어지는 논쟁과 반전의 결말을 담았다. 처음엔 존의 이야기를 믿지 않던 교수들은 생생하고 논리 정연한 존의 회상을 들으며 점점 혼란에 빠진다. 2007년 상영된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배우 이원종이 제작을 맡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을 기획했고, 여기에 배삼식 작가와 최용훈 연출이 합류했다.

주인공 존 역에는 <블러드 브라더스>의 문종원과 <프랑켄슈타인>의 박해수, 육아버라이어티 <엄마의 탄생>에 출연 중인 여현수가 캐스팅됐고, 제작자 겸 배우로 나선 이원종을 비롯해 드라마 <가족의 비밀>에 출연하고 있는 최용민, <미생>의 손종학, 김재건, 서이숙 등 TV와 영화, 연극을 오가며 활약 중인 중견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 프로듀서로서 첫발을 뗀 배우 이원종은 “7년 전 이 작품을 보고 계속 마음에 품고 있다가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에 나섰다”고 전했다. “어제 저녁 리허설을 끝내고 눈물이 핑 돌았다.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해주실지 긴장감과 불안감이 교차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힌 그는 “여러 캐스팅 별로 최대한 많이 호흡을 맞춰보기 위해 노력했다”며 공연을 믿고 봐줄 것을 청했다.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콜라소녀> 등에 이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된 최용훈은 “이렇게 신뢰가 가는 많은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한 번 연습을 시작하면 도중에 빠질 수가 없기 때문에 각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연륜 있는 배우들을 섭외하기 위해 이원종과 삼고초려를 하기도 했다”며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최용훈 연출에 따르면, 연극 <맨 프럼 어스>는 동명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결말로 끝난다. 최 연출은 “영화에서처럼 효과적인 촬영기법이나 미장센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존이 1만 4천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에 진실성을 보태기 위해 작가와 함께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하며 “존은 무한한 삶을 가졌지만,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계와 추억을 갖지 못한다. 그런 존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최용훈 연출, 이원종 프로듀서
주인공 존 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존의 인생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종원은 “존이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고, 현재 <프랑켄슈타인>에도 출연하고 있는 박해수는 “존이 갖고 있는 매력은 진실함이다.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라서 진실성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효숙, 이주화와 함께 미술사 교수 이디스 역을 맡은 서이숙은 "이 연극은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많은 배우들이 지난 몇 개월간 연습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래서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각별한 소감을 전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매일 술을 사주겠다는 이원종의 말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대연은 “1만 4천년동안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며 살아온 존은 ‘인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인간의 선의에 대한 존의 믿음이 우리를 설득시킨다. 지적인 매력이 크고 함께 하는 멤버들이 좋아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연은 이원종, 손종학과 함께 인류학 교수 댄으로 분한다.

이외에도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주연이 이날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원종의 제안으로 연극에 데뷔하게 된 주연은 "영화와 대본을 봤는데 내용이 어렵더라. 그래도 샌디라는 역할이 너무 좋아서 꼭 해보고 싶었고,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맨 프럼 어스>는 내년 2월 22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