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WSJ 기자 체포..스파이 잡히자 협상카드로 활용?

by김성진 기자
2023.04.01 10:09:22

전직 CIA “러시아 압박 느끼는 상황”
WSJ 러시아 특파원, 지난달 30일 체포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러시아 정보당국이 최근 서방에서 자국 스파이가 잇달아 붙잡히자 이에 대한 협상카드로 미국인 기자를 체포했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1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 당국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를 체포한 것이 러시아 정보당국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러시아 스파이들이 서방에서 줄줄이 잡히며 정보당국이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모스크바 지국 소속의 미국 국적 에반 게르시코비치(32) 특파원.(사진=AFP 연합뉴스.)
전직 CIA 고위 관리 출신인 존 사이퍼는 “러시아 정보기관은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고,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결정을 주도하는 것은 종종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역학 관계”라며 “외국 기자를 체포하고 스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처에 적들이 있다는 서사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폴란드 정부는 지난 16일 철도와 공항에서 파괴 공작을 준비해온 혐의를 받는 러시아 간첩단을 일망타진했다고 밝혔고,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정보기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잠입을 시도한 러시아 스파이를 붙잡기도 했다. 특히 이 스파이는 ICC에 취업을 시도하기 전 브라질 출신 유학생으로 위장해 미국 최고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존스 홉킨스대 대학원에 진학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30일 WSJ 모스크바 지국 소속의 미국 국적 에반 게르시코비치(32) 특파원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크렘린궁 측은 이번 사건이 미국과의 죄수 교환 계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정보는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