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제로성장 우려…부동산 걱정말고 금리 내려야"

by김혜미 기자
2020.03.16 06:00:00

'코로나19' 여파 경제·금융전문가 6인 긴급진단
"V자 회복 어려워..흑자도산 막을 핀셋지원 필요"
"한은, 금리인하 실기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야"

[이데일리 김혜미 김경은 최훈길 김정남 김소연 기자]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공식 발표 이후 약 두 달. 아시아의 문제로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 사태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넘어 아프리카, 북미지역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전 국민에 이동제한명령을 내렸고, 미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의 위기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관광과 음식, 숙박업종 등 서비스 업종에 국한될 것 같았던 경제적 타격은 이제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V’자 경기 반등은커녕 제로(0)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 속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영업과 중소기업 등 건전한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하는 경우를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글로벌 중앙은행 흐름에 발맞춰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정건전성 우려나 가계부채 확대, 부동산 시장 걱정은 그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코로나19 여파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 증시만 해도 지난주 5영업일 중 3영업일이 급락장세를 연출했고,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직후인 12일에는 10% 급락했다. 같은 날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 50 지수도 12% 넘게 내렸다. 13일 한국 코스닥 지수는 장중 13% 넘게 급락하며 코스닥 개장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시장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감염병이었다면, 이번에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어 누구도 그 영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생산 차질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위기의식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직무대행은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경제는 심리가 많이 작용하는데, 이번 금융시장 반응은 불안심리와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끝날지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어 불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반응이 과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여파를 알고 있는 것”이라면서 “각국의 대응방식을 보면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날 것이다. 더워지는 여름에는 코로나19 유행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은 바이러스의 진화를 간과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신성환 한국금융학회장은 금융시장 반응이 과도하다고 봤다. 그는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인데, 질병 역사상 바이러스는 통상 1~2년, 짧게는 몇 달이면 수습되는 것이어서 코로나19도 일시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 경제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관광, 유통 등 서비스업종은 물론이고 자동차, 조선 등 대부분 산업에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동기 대비 26.4% 감소했고, 선박 발주량은 전월대비 70% 줄었다.

글로벌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사태가 수습되면 곧바로 경기가 반등하는 ‘V’자 형태의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중국과 한국은 소강상태이지만, 유럽과 미국은 이제 확산단계”라며 “세계 경제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영향이 사라질 때나 경기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V자 회복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회복력, 복원력이 강할 때나 가능한데 지금은 경제체질이 굉장히 약해져있다”며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왔고, 기업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 경제·사회활동이 상당 부분 마비된 상태라 정상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해져서) 흑자도산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기관이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이 우선 나서야 하고, 상업금융기관들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2월 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이 일시적이라는 판단하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리 인하에 나섰고, 한은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초 긴급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이후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금까지 1%포인트를, 영란은행은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미 연준이 이번 달 정례 회의에서도 0.75%포인트 금리 인하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4월 정례 금융통화위원회에 앞서 임시 금통위를 고민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너무 늦어졌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다. 현 시점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성환 한국금융학회장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동산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방역이 최우선 순위이고, 그다음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기업들의 시간벌기를 도와줘야 한다. 부동산 가격 걱정은 그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도 “기준금리가 아직은 조금 높은 편이고, 한국만 높일 수는 없으므로 아마 낮추게 될 것”이라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회복 효과가 적긴 하지만, 전 세계가 제로(0) 혹은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추세를 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