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③]女배우 누드합성, 왜곡된 F4의 폐해

by윤경철 기자
2009.02.23 13:47:13

▲ 최근 인터넷 합성사진으로 곤욕을 치른 배우 김아중과 손예진(사진 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미래 사회를 예측한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F4’다.

요즘 인기 드라마인 ‘꽃보다 남자’의 꽃미남 4인방 F4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다가올 미래에는 픽션(Fiction, 허구), 퓨전(fusion, 복합), 필링(feeling, 감각), 페머니너티(femininity, 여성성)의 F4 시대가 될 것이란 예언이다.

다수의 예언자들은 미래 세대에 대해 느낌과 감정에 약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대중문화에 길들여지기 쉬운 ‘필링세대’이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픽션세대’, 또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권리가 확대되면서 페머니너티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이 모든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연예인 누드 합성 사진은 이런 F4 현상과 맞물려 있다.

과거에도 연예인 합성 누드 사진이 범람했지만 지금처럼 인구에 회자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픽션과 논픽션을 구별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혼재되고 진실보다는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합성사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배우들이다. 문희준 등 남자 스타들의 합성사진도 있었지만 재미로 따다 붙인 패러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여성들은 성을 상품으로 한 점이 우려가 된다. 대부분 해외 포르노사이트 등에서 가져온 사진들을 정교하게 합성해 인터넷에 공공연하게 뿌린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에 만연돼 있는 여성비하적 발상, 혹은 마초의 폐해라 할 수 있다. 스페인어로 남자라는 뜻의 마초는 미국에 거주하는 중남미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통상 남성우월주의자를 일컫는다.

왜곡된 퓨전문화도 문제다.

퓨전문화는 원래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이 합해져 새로운 것이 된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격을 무시하는 퓨전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송에서는 초상권과 관계없이 스타들의 얼굴을 마구 합성하기 일쑤다. 패러디 문화를 앞세우는 것은 좋지만 연예인들의 인격권과 초상권에 대한 주의가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로 갈수록 피해 현상만을 논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어떤 현상에는 그 현상을 만드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의 기저에는 무분별하고 획일화된 대중문화의 잘못된 전도가 한몫 거들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