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근 구속영장 기각…'김학의 사건' 수사 제동 걸리나

by하상렬 기자
2021.03.06 08:17:00

法 "증거인멸·도주 우려 無, 구속 필요성 없어"
수사 급제동…이규원 검사 수사도 영향 받나
이목은 檢수사심의위로…결과 따라 기소 갈릴 듯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구속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속도를 내 왔던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오대석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판사는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에 임해온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오 판사는 전날(5일) 오전 10시 30분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었고, 오후 3시 10분 종료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차 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3차례 소환 조사를 한 뒤, 지난 2일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차 본부장은 김 전 차관의 출금 당시 불법적 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차 본부장은 전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앞에서도 “불법적인 출금 조치는 없었다”면서 “국경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출입국본부장으로서 김 전 차관의 해외도피를 알고도 도망가도록 둘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차 본부장은 지난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 금지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가담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차 본부장이 사건 당시 이규원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검사의 김 전 차관 출금 요청에 법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후적으로 승인해 줬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차 본부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속도를 내 왔던 김 전 차관 사건 수사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간 검찰은 법무부와 인천공항청을 압수수색하고, 차 본부장을 비롯해 이 검사를 수차례 소환조사하면서 불법 출금 과정을 조사했다.

이목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 쏠린다. 앞서 차 본부장은 지난 2일 검찰의 영장청구에 맞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은 관련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가에 따라 차 본부장 운명은 크게 갈릴 것이라는 평가다. 검찰이 영장청구를 한 것으로 비춰볼 때, 기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심의위원들 판단에 재량이 커졌기 때문에 차 본부장에 대한 기소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